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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간첩으로 몰려 15년 옥살이…45년 만에 누명 벗은 8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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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시절 공산주의 사상 주입 교육을 받고 간첩 업무를 수행했다며 재판에 넘겨져 15년형을 선고받은 80대 남성이 45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박정희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

박정희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81)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정씨가 1974년 유죄 선고를 받은 지 45년 만이다.

정씨는 1960년 반국가단체인 재일조선인유학생동맹중앙본부에 가입해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북한노동당의 지령에 따라 국가기밀을 누설하거나 북괴선전발간물을 발송하는 사무업무에 종사한 혐의도 받았다. 대법원은 1974년 정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15년의 형기를 마친 정씨는 자신은 반국가단체에 가입한 사실도 없으며 국가기밀이나 군사기밀을 탐지하라는 지령을 받은 적도, 수행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며 2016년 재심을 청구했다.

인기부가 사노맹 사건의 박노해씨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증거물로 압수한 1만4천여점의 책자ㆍ유인물을 공개하고 있다. [중앙일보]

인기부가 사노맹 사건의 박노해씨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증거물로 압수한 1만4천여점의 책자ㆍ유인물을 공개하고 있다. [중앙일보]

재심 재판부는 “일반인인 정씨에 대해 수사권한이 없는 육군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이 한 이 사건 경찰 수사는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했다”며 “따라서 그러한 절차에 따라 수집된 증거들은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써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한 정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어 “1년 가까이 불법 체포·구금되어 그로부터 비롯된 심리적 압박감이나 정신적 강압상태로 인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경찰, 검찰의 수사 단계를 거쳐 법정 공판단계에 이르기까지 지속됐다”며 “그 과정에서 단지 가벼운 형을 받기 위해 허위 자백했다고 의심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수긍해 정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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