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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장병철-석진욱-최태웅 감독의 삼국지

중앙일보

입력

10일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각팀 감독들이 트로피에 손을 얹고 있다. 왼쪽부터 박기원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 장병철 한국전력 빅스톰 감독, 최태웅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 석진욱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감독, 신영철 우리카드 이ㅜ비 감독, 신진식 삼성화재 블루팡스 감독, 권순찬 KB손해보험 스타즈 감독. [뉴스1]

10일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각팀 감독들이 트로피에 손을 얹고 있다. 왼쪽부터 박기원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 장병철 한국전력 빅스톰 감독, 최태웅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 석진욱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감독, 신영철 우리카드 이ㅜ비 감독, 신진식 삼성화재 블루팡스 감독, 권순찬 KB손해보험 스타즈 감독. [뉴스1]

오늘은 친구지만 내일은 적이다. 최태웅, 석진욱, 장병철 1976년생 동갑내기 사령탑들이 그려가는 V리그 2019-20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막을 이틀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세 사람이 주고받은 따뜻한 덕담과 재치있는 '말 공격'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 [연합뉴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 [연합뉴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과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올 시즌 나란히 감독으로 데뷔한다. 두 사람 다 소속팀에서 코치를 지내다 지휘봉을 잡아 적응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사령탑에 올라 V리그 정상까지 오른 최태웅 감독까지 세 사람은 인하부중-인하부고를 함께 다녔다. 석 감독과 최 감독은 한양대, 장 감독이 성균관대로 진학해 잠시 갈라졌지만 삼성화재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달 컵대회를 앞두고는 2년 선배 신진식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까지 부산에서 함께 '써머 매치'를 할 만큼 친한 사이기도 하다. 12일 개막하는 정규시즌은 세 사람이 처음으로 지도력을 겨루는 무대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 [연합뉴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 [연합뉴스]

'친구가 이끄는 팀에게 몇 승을 거두고 싶으냐'고 질문에 세 사람은 불꽃튀는 경쟁심을 드러냈다. 석진욱 감독은 "친구는 친구고. 최선을 다해 다 이기겠다"며 6전 6승을 예고했다. 장병철 감독은 "나도 지고 싶지 않다. 전부 이기면 좋겠지만 최소한 4승 2패는 하고 싶다"고 했다. 최태웅 감독은 "석진욱 감독이 꼭 물귀신 같다"며 '우리한테 너무 심하게 하지 말고 좀 봐달라'는 장난기있게 받았다. 최 감독은 '후배 감독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는 부탁에 "아마 잠이 안 올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겠지만, 소신을 가지고 버텼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 전광인. [뉴스1]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 전광인. [뉴스1]

서로에 대한 여과 없는 '디스전'도 벌어졌다. 석진욱 감독은 "최 감독은 어린 시절에 재미가 없다. 욕도 별로 안 하는데 배구 얘기를 할 때만 흥분한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우리보다 (감독을)먼저 시작하고 잘 이끌었다. 좋은 부분은 배우고 싶다. 다만 (명언은)따라하고 싶지 않다. 조금만 자제하면 최고의 감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은 "은퇴 당시 석 감독이 'OK저축은행으로 오면 어떠냐'면서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라. '밑으로'가 아니었으면 갔을 것"이라는 폭로를 하기도 했다.

삼성화재 시절 함께 뛰었던 장병철(왼쪽 둘째)과 석진욱(왼쪽 셋째).

삼성화재 시절 함께 뛰었던 장병철(왼쪽 둘째)과 석진욱(왼쪽 셋째).

삼성화재 시절 석진욱. [사진 한국배구연맹]

삼성화재 시절 석진욱. [사진 한국배구연맹]

두 친구의 설전을 흐뭇하게 바라본 장병철 감독은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아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지금은 경쟁 상대다. 그러나 경쟁 속에서 세 친구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우리 우정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마무리를 지었다. 세 사람의 대결은 이 달 말에야 벌어진다. 29일 현대캐피탈-한국전력(천안) 경기가 첫 번째다. 11월 2일엔 한국전력-OK저축은행(수원), 5일엔 OK저축은행-현대캐피탈(안산)의 경기가 이어진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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