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등 주변엔 블랙홀인 세종시, 충청인구 호남 따돌리는 역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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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대전과 충남·북 인구를 흡수하는 ‘블랙홀’이란 지적을 받는 가운데 세종시 출범 이후 충청권 인구 비중이 호남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가 충청권 전체 인구 증가에는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의원들이 지난 8일 세종시 연기면 국립수목원 건설현장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으로부터 '국회세종의사당 후보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의원들이 지난 8일 세종시 연기면 국립수목원 건설현장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으로부터 '국회세종의사당 후보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에 따르면 2012년 7월 세종시 출범 후 지난 4월까지 전국에서 21만 7940명이 세종으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울·경기 등 수도권 이주 인구는 5만 6509명(26%)에 불과하지만, 충청권은 13만 6781명(63%)에 달한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2006년 세종시 건설 계획 당시 세종시 이주자는 수도권이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2년 7월 이후 21만7940명 세종시 이주 #이 가운데 대전 등 충청권 63%, 수도권 26% #박덕흠 의원 등 "수도권 인구 분산 대책 필요" #2013년 1월 충청권, 호남 앞지른 뒤 격차 커져

박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대전시·세종시 국정감사에서 "국토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충청권 공조를 통해 세종시가 탄생했으나 인접한 충청권에서 대부분의 인구를 흡수하고 있다"며 "충청권에서 60% 이상의 인구가 전입해온 건 충청권 상생발전의 저해요인이다. 이제는 세종시가 충청권 상생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아산을) 의원도 “애초 세종시 조성 취지가 수도권 집중 완화인데 충청권에서 수도권보다 2배 이상 많은 인구가 흡수됐다”며 “대전 상황은 더 심각해 하루 평균 60여명이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주하고, 세종에서 대전으로는 15명만 옮겼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충청권 4개 시도가 힘을 합쳐 인구, 규모 등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정부는 세종시를 통한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함진규(시흥갑) 의원도 "세종시가 주변 도시의 인구, 정책 등을 다 빨아들이는 것 같다"며 "충청권 4개 시도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잘 운영되지 않다. 세종은 고유의 행정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춘희 세종시장은 "인구 50만 도시로 계획된 만큼 이 같은 수준에 도달해야 주변 지역에 피해를 안 줄 것으로 생각된다"며 "정부부처, 공공기관, 헌법기관 등의 유치를 통해 충청권 중심지역으로 거듭나겠다"고 설명했다.

세종시청사 전경. [중앙포토]

세종시청사 전경. [중앙포토]

이런 가운데 세종시 출범 이후 충청권 인구가 호남을 추월한 한 데다, 호남과 충청의 인구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세종시 출범 직전인 2012년 6월 인구는 충청이 520만4186명, 호남은 525만188명이었다. 두 지역 간 격차는 4만6002명이었다. 전국(5083만2898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충청은 10.2%, 호남은 10.3%였다.
하지만 2013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충청이 호남 인구를 추월했다. 그해 4월에는 호남(524만9780명)이 충청(524만6789명)보다 2991명 많았다. 하지만 5월에는 충청(525만136명)이 호남(524만9728명)보다 408명 많아졌다.

2019년 9월(전국 5184만9253명) 기준 충청 인구는 553만7652명으로 늘었다. ^대전 147만9641명 ^세종 33만3757명 ^충남 212만4855명 ^충북 159만9339명 등이었다. 반면 호남은 514만8430명으로 줄었다. ^광주 145만9632명 ^전남 186만5915명 ^전북 182만2883명 등이다. 두 지역 간 격차는 38만922명으로 커졌다. 또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충청이 10.7%로 높아졌지만, 호남은 9.9%로 낮아졌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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