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영장 임박설…민주연, 김명수 9회 말하며 "법원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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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이 8일 ‘검찰개혁’에 이어 ‘법원개혁’ 보고서를 발간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임박설이 나오는 시점에 맞춰 공개했다.

민주연이 이날 오전 공개한 이슈브리핑 보고서 제목은 ‘검찰·법원개혁 함께 추진할 제2사법개혁추진위원회 구성 논의 제안’이다. 지난달 30일 ‘검찰 특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안 이슈브리핑을 발표한 지 8일 만에 법원 개혁을 거론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첫머리에 “글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란 꼬리표를 붙였다. 하지만 민주당 중앙조직인 공보국이 공식 e메일 계정으로 이 보고서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보고서는 법원개혁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들었다. “조 장관 가족 수사 과정은 검찰뿐 아니라 법원까지 포함한 한국 ‘관료 사법체제’의 근원적 문제를 노정 ”했다면서 “검찰만 압수수색을 남발한 것이 아니라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남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조 장관 수사에 책임이 있고, 법원도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뒷받침”해주며 동참했다는 비난이다.

검찰개혁이 아닌, 법원개혁을 거론하는 보고서에 검찰 간부의 ‘자아비판’을 인용하기도 했다. 조 장관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연구원은 “이번 수사는 사냥처럼 시작된 것”(9월 20일)이라는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의 말을 본문 첫 줄에 삽입하면서 “사냥처럼 시작된 검찰 조국 수사에서 '사법농단' 수사 당시와 다른 법원의 이중성”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기 위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소환과 관련해 "언론의 관심이 폭증하고, 압수수색 이후 정 교수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소환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기 위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소환과 관련해 "언론의 관심이 폭증하고, 압수수색 이후 정 교수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소환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1]

그러면서 압수수색 건수를 비교했다. “사법농단 수사 당시 75일 동안 23건의 압수수색이 진행됐지만 조국 장관 관련해선 37일 동안 70곳 이상의 장소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다며 “이중적 태도”라고 했다.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은 90%가 기각(208건 중 185건)됐다”면서“조국 장관 수사 과정에서는 거의 모든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특정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법원과 검찰 내부 자료다. 수사팀과 영장전담판사, 이들의 보고라인에 있는 법원·검찰 간부들 외에는 실제 압수수색 영장이 얼마나 기각됐는지 알 수 없다. 사법농단의 경우 당시 수사팀이 언론에 “(청구 건 중) 10%만 발부됐다”고 공개했었다. 조국 수사에서도 수사팀 안팎에서는 “영장에 삭선(削線)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법원이 압수범위 제한을 위해 영장에 삭제 선을 많이 그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연구원은 “(법원이) 거의 모두 발부”했다고 적었다. 압수수색 영장 내 준 것을 노골적으로 비난해 다가올 구속영장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보고서를 보고 “조국 수사가 정경심 교수 소환을 거치며 영장 청구 국면에 접어들자 법원을 향해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경고음을 낸 것이 아니겠냐”고 했다. “검찰을 집중했던 화살을 법원 쪽으로 돌렸다”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회의가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박주민 위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인영 원내대표, 박 위원장, 정춘숙 원내대변인. 변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회의가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박주민 위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인영 원내대표, 박 위원장, 정춘숙 원내대변인. 변선구 기자

이 같은 의도를 입증하듯 연구원은 7페이지짜리 보고서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실명을 9차례 언급했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원장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발탁할 당시 “사법행정 민주화 선도 적임자”란 사유가 무색할 정도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다짐이 무색하게도 법원은 무분별한 검찰권 남용에 대해 방관자로 전락”했다면서 “법원개혁·사법개혁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 답보 상태”라고 평가했다. “김명수 대법원 2년, 뭘 바꿨는지 심각한 성찰이 필요하다”, “김명수·윤석열 체제 하에서 조국 장관 상대 먼지털이식 마녀사냥식 수사과 영장남발, 여론재판이 이뤄졌다”는 표현도 썼다.

보고서의 결론은 “입법부, 행정부, 외부 단체가 참여하는 ‘보다 큰’ 개혁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1999년 김대중 정부가 법조계·학계·언론계 인사 15~20명으로 꾸렸던 대통령 자문기구‘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제2 사법개혁추진위원회’로 재현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속도전’을 강조했던 검찰개혁 때와 달리 법원개혁의 경우 “문재인 정부 임기 내”를 기한으로 제시했다. 현재 법무부에서는 검찰개혁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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