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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女교수 성추행 교수, '기소유예' 20일 만에 원상 복귀

중앙일보

입력

김동원 전북대 총장(가운데)과 보직 교수들이 지난 7월 9일 학내 진수당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교수들의 비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원 전북대 총장(가운데)과 보직 교수들이 지난 7월 9일 학내 진수당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교수들의 비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원이자 피해자인 나를 위해, 학과 학생들을 위해, 무엇보다도 한국 교육의 명예를 위해 A교수는 절대로 교단에 다시 서게 해서는 안 된다."

가해 교수 혐의 인정…檢 "합의 참작" #전북대, 검찰 처분 토대로 학과 발령 #피해자 "절대로 교단 서선 안돼" 반대 #동료 교수·학생들도 반발…동정론도 #

전북대 인문대 소속 A교수(55)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외국인 객원교수 B씨(28·여)가 최근 변호인을 통해 전한 말이다. 강제추행 의혹이 불거져 지난 7월 직위해제 된 A교수가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20일 만에 대학에 복귀하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7일 전주지검과 전북대에 따르면 B교수는 지난 4월 A교수를 전주 덕진경찰서에 고소했다. A교수는 3월 29일 오후 B교수와 단둘이 술자리를 가진 뒤 숙소인 학교 기숙사로 데려다주겠다며 B교수를 본인 승용차에 태웠다. A교수는 차 안에서 B교수의 몸을 더듬고 억지로 끌어안고 양볼에 입을 맞춘 혐의(강제추행)를 받고 있다. 당시 B교수가 차에서 뛰쳐나와 기숙사로 돌아가자 A교수는 그제야 "무례한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6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A교수를 전주지검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보호관찰소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음주운전 혐의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미만이어서 무혐의 처분했다.

전북대 교수들의 잇따른 비위가 불거진 가운데 이 대학 재학생들이 지난 7월 19일 제2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련의 사건과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대학본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대 교수들의 잇따른 비위가 불거진 가운데 이 대학 재학생들이 지난 7월 19일 제2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련의 사건과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대학본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A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제기한 고소 사실이 모두 맞다"며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A교수가 초범인 데다 자백한 점, 피해자와 합의하고, 금전적 손해배상을 한 점 등을 참작해 정식 재판에는 넘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구했다.

당시 B교수는 형사 절차와 학내 징계를 분리해서 판단했다고 한다. "국선 변호인을 통해 'A교수에 대한 형사 처벌은 원치 않는다'는 의사는 밝혔지만, 학교 내 징계 문제에 대해서는 A교수가 교단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학교 측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B교수는 "A교수의 학교 복귀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견을 변호인을 통해 학교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전북대는 검찰로부터 'A교수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인 지난달 30일 직위해제를 취소하고 이달 1일자로 소속 학과로 발령 냈다. 이미 학기가 시작돼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진 않지만, 규정상 연구실을 쓰거나 강의와 학생 상담을 할 수 있는 교수 직위를 회복하게 된 것이다. 교수 급여도 그대로 지급된다.

A교수의 복직 소식이 알려지자 동료 교수와 학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전북대 교수는 "이 사건은 오랜 기간 학생들의 저항으로 결국 가해 교수가 해임 처분을 받은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성추행 사건과 비교해도 추행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성도 명백하다"며 "그런데도 대학 측이 A교수를 중징계하기는커녕 피해 교수가 있는 같은 학과로 발령 낸 것은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전북대 대학본부 전경. 김준희 기자

전북대 대학본부 전경. 김준희 기자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성폭력을 저지른 교수가 강단에 다시 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일부 교수 중심으로 "A교수가 잘못은 했지만, 교수 직위까지 박탈하는 건 과도하다"는 동정론도 적지 않다. 중앙일보는 A교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전북대 측은 성추행 사건 신고 뒤에도 한 달간 A교수를 B교수로부터 격리하지 않아 2차 피해를 주고 사건 발생 4개월이 지나서야 강의에서 배제시켜 비판을 샀다. 당시 학생들은 "A교수가 강단에 서면 수업을 거부하겠다"고 반발했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교수들의 비위 행위가 잇따라 불거지자 지난 7월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공개 사죄하기도 했다.

전북대 관계자는 "A교수는 관련 수사가 종결돼 '직위해제 사유가 소멸되면 지체 없이 직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위해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더라도 비위 사실이 없어진 건 아니어서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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