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버린 '의병' 쿠르드…트럼프 "돈을 너무 많이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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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격퇴하겠다며 시리아 북서부에 공습을 가했다. [AFP=연합뉴스]

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격퇴하겠다며 시리아 북서부에 공습을 가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의 극단적 테러조직 IS(이슬람국가) 소탕작전을 도왔던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를 등진 것에 대해 "이제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날 때"라고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쿠르드족은 우리와 같이 싸웠지만, 그러기 위해 그들에게 엄청난 돈과 장비가 들어갔다"며 "우리는 우리의 이익이 되는 곳에서 싸울 것이며 오직 이기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쿠르드족을 공격하려는 터키를 수년 동안 막아줬음을 강조하며 "나는 거의 3년 동안 이 싸움을 막았지만, 이제 말도 안 되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터키의 쿠르드 민병대 공격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올린 옹호 트윗.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터키의 쿠르드 민병대 공격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올린 옹호 트윗. [트위터 캡처]

이에 앞서 백악관은 전날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추진할 것"이라며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안 할 것이며, 인접 지역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군이 길목을 지켜주던 시리아 북부지역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면서, 쿠르드족과 앙숙 관계인 터키에 침입의 길을 터주겠다는 의미다.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를 자국 내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로 여기며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여겨왔다. 이에 시리아 동북부에 근거지를 둔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지만, 매번 미국의 저지에 막혔다.

미국 입장에서 쿠르드 민병대는 지난 2014년부터 시리아에서 펼쳐 온 IS 소탕 작전에 힘을 보태 준 아군이기 때문이다. 당시 IS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전 세계 곳곳에서 자행한 테러로 세계 각국 정부가 속수무책일 때에도, 지리적·환경적으로 익숙한 '의병' 쿠르드 민병대의 도움으로 미국의 IS소탕작전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전투 과정에서 포로로 잡은 유럽, 이란, 이라크 등 해외 출신 IS 조직원들을 모국이 수용 거부하면서, 이들의 구금에 미국이 많을 돈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IS에 대한 공습 때에도 영국과 프랑스 등이 연합군 일원으로 공습에 합류했지만, 지금까지 4만 회가 넘는 공습 대부분을 미군이 주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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