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쏘자 경고 깃발…홍콩시위대·인민해방군 첫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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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홍콩 시위대가 6일 까우룽통 중국 인민해방군 주둔지에 레이저 비추자 한 군인이 경고 문구가 쓰인 천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위대가 6일 까우룽통 중국 인민해방군 주둔지에 레이저 비추자 한 군인이 경고 문구가 쓰인 천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시행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6일에도 벌어졌다. 반(反)중 시위 속에 시위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간의 첫 대치까지 이뤄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정부의 불허에도 복면과 가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수천명은 코즈베이만과 까우룽만 등 도심 곳곳에서 행진과 점거시위를 벌였다.

“불법 행위로 기소될수 있다” #중국군, 카메라로 시위대 촬영

특히 일부 시위대는 까우룽퉁(九龍塘)에 위치한 인민해방군 주홍콩부대 병영 근처까지 접근했다. 시위대는 레이저와 강한 불빛 등으로 건물을 비췄다. 시위대는 앞선 시위에서 항의의 표시로 경찰과 경찰서, 정부청사 등에 레이저 등을 조사한 바 있다.

이에 인민해방군 병사가 막사 지붕 위로 올라가 노란 깃발을 들어 보였다. 이 깃발에는 중국 번체자와 영어 등으로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인민해방군은 광둥어로 “이후 발생하는 결과는 모두 자기 자신이 져야 한다”고 육성 경고도 했다. 카메라로 시위 현장을 촬영하기도 했다. 얼마 후 시위대는 해방군의 경고에 별다른 충돌 없이 병영 주변을 이탈해 다른 지역으로 향했다.

SCMP 등은 홍콩 시위대와 인민해방군이 맞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SCMP는 해방군이 전례 없는 조치로 시위대에게 경고를 보냈다며 “홍콩 기본법에 의거, 홍콩 정부가 비상사태라고 판단하고 군 투입을 요청할 경우, 중국 정부는 홍콩에 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의 인민해방군 병영 시위와 관련, 투진선 홍콩 야당 의원은 “중무장한 인민해방군이 레이저 불빛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홍콩 정부는 시위 확산을 막는다며 ‘복면금지법’ 을 발표했다. 5일 0시부터 공공 집회나 시위 때 마스크를 착용하면 최고 1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이다.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지난 4일 집회에서 시위대 수천명이 미국독립선언을 일부 차용한 ‘홍콩 임시정부 선언’을 낭독하는 일도 있었다. 이 선언문은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를 더는 신뢰하지 않으며 홍콩의 통치기구로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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