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M 발사 이어 ICBM 위협한 북한…미국, 막강 정찰기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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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심 정찰기인 E-8C 조인트스타스(JSTARS)가 최근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미 공군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고성능 감시레이더로 250㎞ 밖의 지상 표적을 감시할 수 있는 JSTARS는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을 때 동아시아 일대를 비행하곤 했다. 북·미 실무협상 국면에서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로 미국을 자극하자 전격 배치한 뒤 향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움직임까지 감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7년 北 화성-15형 ICBM급 도발때 투입 기종

E-8 조인트스타스. [사진 미 공군]

E-8 조인트스타스. [사진 미 공군]

6일 해외 군용기 추적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 등에 따르면 전날(5일) E-8C 2대가 가데나 기지에서 포착됐다. 이 사이트는 “E-8C가 가네다 기지에 온 건 지난해 초 이후 처음”이라며 “한반도 작전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E-8C가 가네다 기지에서 가장 최근 포착된 건 지난해 5월이었다. 당시 북한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대북 정보 수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군 내부에는 E-8C의 등장을 놓고 한반도 정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군 관계자는 “E-8C가 북·미 실무협상 결렬 전인 지난 5일 이전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준비하면서도 지난 2일 SLBM 발사하자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의미에서 E-8C를 급파한 것 같다”고 말했다.

E-8C는 북한의 ICBM 등 장거리 미사일 징후까지 파악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협상 직후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 우리의 핵 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되살리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SLBM 발사 이후 ICBM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위협 수위를 올리자 미국도 이에 대응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역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E-8C로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미국은 2017년 11월 북한의 화성-15형 ICBM급 발사 시험을 전후해서도 E-8C를 한반도에 투입해 북한을 감시했다.

1985년 개발이 시작된 E-8C는 뛰어난 정찰 성능을 갖춰 1991년 걸프전 등 미국의 주요 전쟁에서 맹활약했다. 최대 10시간가량 비행하면서 비행기 동체 앞부분 밑에 길이 7.2m에 달하는 레이더로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에 추적하고, 한반도 면적의 약 5배에 이르는 약 100만㎢ 지역을 훑을 수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E-8C는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가 차륜형인지, 궤도형인지까지 구분할 정도로 정찰 성능이 막강하다”며 “정해진 시간에 궤도를 돌아 ‘정보 시차’가 생기는 정찰위성보다 효용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한국 역시 E-8C 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이 북한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견제 목적을 겸해 이 정찰기를 가네다 기지에 배치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지난 1일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최대 10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ICBM '둥펑(東風·DF)-41'을 공개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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