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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째 美아그레망 못받은 이수혁···野 "美 지소미아 불만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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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주미대사 내정자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승주 전 외교부장관 초청 '격변하는 동북아 지정학 속의 한미동맹과 그 진로' 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차기 주미대사 내정자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승주 전 외교부장관 초청 '격변하는 동북아 지정학 속의 한미동맹과 그 진로' 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수혁 주미대사 지명자(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뒤 7일로 꼬박 60일째다. 파견국인 미국 정부로부터 동의, 아그레망(agrément)을 받지 못해 두 달째 지명자 꼬리표를 떼지 못한 셈이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43일 만에 아그레망을 받았다. 최근 10년 아그레망 대기가 가장 길었던 전임자는 안호영 전 주미대사로 50일이었다.

직전 기록 안호영 전 대사 50일보다 길어 #"지소미아 불만 표출 아니냐" 국감서 논란 #조 대사 "행정절차상 지연, 신속부여 요청" #"미, 한국 사소한 절차 배려하는 인사 없다"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선 이수혁 지명자의 아그레망 지연 이유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야당인 원유철(자유한국당) 의원은 "아그레망이 늦어지는 이유가 미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정병국(바른미래당) 의원도 조 대사를 상대로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한미동맹 전선에 이상 기류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냐"고 했다.

박주선(바른미래당) 의원은 아그레망 지연뿐 아니라 한미동맹 이상 징후를 조목조목 따지기도 했다. "지난달 뉴욕 정상회담을 포함해 9번의 정상회담 동안 공동발표문이 없는 경우가 많고, 개성·금강산 재개를 포함한 남북관계, 비핵화와 대북제재에 대한 이견이 공공연히 노출되고,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며 통미봉남(通美封南)을 하는 데 한·미·일 공조는 지소미아 파기로 큰 손상을 입었다"고 우려하면서다.

반면 여당의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대사의 경우 6주(43일) 만에 나왔는데 이수혁 대사가 8주(56일) 걸린 건 그렇게 늦어진 게 아니다”라며 "이 지명자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방한 때마다 따로 저녁 식사를 함께할 정도 친분이 있다"고 옹호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존 볼턴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교체와 함께 실무적인 지연"이라며 "동맹 사이에도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전략적 불신으로까지 끌고 가는 것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4일(현지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조윤제 대사가 답변하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4일(현지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조윤제 대사가 답변하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조윤제 대사도 국감 답변을 통해 "행정 절차상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미국 정부에 신속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요청했고 곧 부여되리라고 기대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지명자의 아그레망은 지난달 하순 국무부 심의를 끝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 백악관으로 넘어간 상태라고 한다. 백악관도 한국 정부 문의에 "100% 진행 절차만 남았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만 아그레망이 넘어간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부자의 수사 청부 의혹에 따른 하원의 탄핵 조사가 시작된 게 변수가 됐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 내정자의 아그레망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 대해 작은 절차까지 배려하는 인사가 없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에서 한·중·일을 담당해온 매슈 포틴저 전 아태담당 선임보좌관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오브라이언 체제의 이인자인 부보좌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최근 한·일 갈등과 지소미아 파기에 크게 실망한 인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고위 소식통은 5일(현지시간) "절차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주에는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다른 소식통은 "일단 백악관에 넘어간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관해선 블랙박스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예측하기 힘들다"라고 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 지명자의 아그레망 지연 이유에 관한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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