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부인이 PB와 동양대 가는데…조국은 이유 묻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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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동양대 연구실의 컴퓨터를 교체하러 가던 자신의 아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와 전화 통화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통화 당시 조 장관은 밤늦은 시간 프라이빗뱅커(PB)를 대동해 서울에서 경북 영주까지 내려가는 자신의 아내에게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지난 8월 31일 정 교수가 동양대 자신의 연구실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 PB 김 모(37) 씨와 차량으로 서울에서 경북 영주까지 이동하던 중에 조 장관과 통화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의 통화 내역 및 관련 진술 등을 통해서다.

검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당시 통화에서 정 교수는 운전 중인 김씨 옆자리에서 조 장관에게 "동양대 연구실에 가고 있다", "김씨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아내 정 교수가 밤늦은 시간 PB를 데리고 경북 영주로 이동한다는 얘기를 듣고도 정 교수에게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교수는 당시 자정이 가까워서 동양대에 도착한 뒤, 김씨를 시켜 자신의 연구실 PC를 반출해 김씨 차량 트렁크에 실어 서울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 본인은 시댁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동양대 폐쇄회로(CC)TV에는 정 교수가 그 이튿날(9월 1일) 오전 9시를 전후로 옷까지 갈아입어 가며 두 차례에 걸쳐 연구실 내 도서와 문서파일 등을 반출하는 모습이 녹화되기도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9일 학교에 휴직원을 냈다. [JTBC·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9일 학교에 휴직원을 냈다. [JTBC·뉴스1]

검찰은 해당 사실 등을 근거로 김씨에게 증거인멸, 정 교수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부터 조사하고 있다. 정 교수가 이동 중 조 장관과 통화했다는 사실은 검찰도 최근에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이 당시 정 교수와의 통화에서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도 정 교수에게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조 장관이 정 교수의 PC 반출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질문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조 장관에게 증거인멸 방조 내지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밤늦은 시간 자신의 아내가 남성 PB를 데리고 서울에서 경북 영주까지 간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도 '왜 둘이 가냐', '왜 지금 가냐'고 묻지 않은 점은 의심스러운 정황"이라며 "그런 간접사실만으로 당시 조 장관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사실을 추단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조 장관과 조 장관 부인의 통화 내용만을 근거로 검찰이 조 장관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조 장관이 사모펀드나 문서위조 등에 관여한 증거가 작게라도 포착된다면 해당 통화 사실이 혐의를 강화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수상한 침묵은 이번뿐이 아니다. 조 장관은 8월 28일 김씨가 조 장관 자택 서재에서 PC 2대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때도 김씨에게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조 장관 자택 서재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던 김씨는 퇴근길의 조 장관이 집에 들어오자 서재 문을 열고 나가 조 장관에게 인사를 했다. 조 장관은 서재에서 나온 김씨를 보고는 왜 서재에서 나오느냐고 묻기는커녕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한 뒤 서재 맞은편 안방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김씨의) 얼굴을 봤지만, 의례적 인사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법 교수인 조 장관이 국회에서 모호하게 대답한 것은 향후 위증으로 인한 문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기술적 대답일 것"이라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건 실질적으로 부인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사실과 다른 거짓말(위증)로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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