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가 리드를 그렇게 할 줄이야. (투수 공을) 한복판에 넣어줄지 알았지. 허허"
김태형 두산 감독이 지난해까지 주전 포수로 뛰다 NC로 이적한 양의지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두산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올해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6-5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SK와 함께 88승 1무 55패를 기록해 동률을 이뤘다. 그러나 상대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서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5위를 확정한 NC는 이날 최정예 라인업을 꾸렸다. 이틀 후 4위 LG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치르는데도 말이다. 이동욱 NC 감독은 경기 전 "최근 이틀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아서,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베스트 라인업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주전 포수 양의지는 4번 타자로 나섰다.
두산은 반드시 NC전을 잡아야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NC도 전력을 다해 경기에 임하면서 4회까지 0-2로 뒤졌다. 5회 말 박건우의 적시타, 7회 말 상대 실책으로 2-2 동점을 만들었지만 8회 초에 다시 3점을 내줘 2-5로 역전당했다. 이 과정에서 양의지에게 적시타도 줬다.
NC는 선발 최성영(2와 3분의 1이닝)을 시작으로 강윤구(1이닝), 김진성(3분의 2이닝), 임창민(1이닝), 임정호(1이닝) 등이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양의지의 리드가 돋보였다. 이에 김 감독은 경기 후 "의지가 리드를 그렇게 할 줄이야. 한복판에 넣어줄지 알았지. 허허"라며 농담을 했다. 친정팀을 위해 양의지가 살살 해주길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8회 초 2-5로 역전이 되자 초조한 마음에 든 생각이었다.
양의지는 '두산 전력의 팔할'로 불렸다. 당대 최고의 포수인 그는 지난해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자 4년 총액 125억원을 받고 NC로 팀을 옮겼다. 그가 빠지면서 김 감독도 올해 우승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양의지 앞에서 우승을 이뤄냈다. 시즌 중반 3위까지 떨어지고 부상 선수가 속출하면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최고의 포수가 팀을 떠났지만, 그 자리를 포수 박세혁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이 다 메워줬다. 우리 선수들 정말 고생했고 고맙다"고 말했다. 박세혁은 이날 5-5로 팽팽한 9회 말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정규리그 137경기에 나와 타율 0.279, 4홈런, 63타점으로 활약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