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감독 "의지가 한복판에 넣어줄지 알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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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가 리드를 그렇게 할 줄이야. (투수 공을) 한복판에 넣어줄지 알았지. 허허"

김태형 두산 감독이 지난해까지 주전 포수로 뛰다 NC로 이적한 양의지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2017년 두산에서 뛰었던 양의지(왼쪽)와 김태형 감독. [중앙포토]

2017년 두산에서 뛰었던 양의지(왼쪽)와 김태형 감독. [중앙포토]

두산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올해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6-5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SK와 함께 88승 1무 55패를 기록해 동률을 이뤘다. 그러나 상대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서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5위를 확정한 NC는 이날 최정예 라인업을 꾸렸다. 이틀 후 4위 LG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치르는데도 말이다. 이동욱 NC 감독은 경기 전 "최근 이틀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아서,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베스트 라인업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주전 포수 양의지는 4번 타자로 나섰다.

두산은 반드시 NC전을 잡아야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NC도 전력을 다해 경기에 임하면서 4회까지 0-2로 뒤졌다. 5회 말 박건우의 적시타, 7회 말 상대 실책으로 2-2 동점을 만들었지만 8회 초에 다시 3점을 내줘 2-5로 역전당했다. 이 과정에서 양의지에게 적시타도 줬다.

NC는 선발 최성영(2와 3분의 1이닝)을 시작으로 강윤구(1이닝), 김진성(3분의 2이닝), 임창민(1이닝), 임정호(1이닝) 등이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양의지의 리드가 돋보였다. 이에 김 감독은 경기 후 "의지가 리드를 그렇게 할 줄이야. 한복판에 넣어줄지 알았지. 허허"라며 농담을 했다. 친정팀을 위해 양의지가 살살 해주길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8회 초 2-5로 역전이 되자 초조한 마음에 든 생각이었다.

양의지는 '두산 전력의 팔할'로 불렸다. 당대 최고의 포수인 그는 지난해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자 4년 총액 125억원을 받고 NC로 팀을 옮겼다. 그가 빠지면서 김 감독도 올해 우승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양의지 앞에서 우승을 이뤄냈다. 시즌 중반 3위까지 떨어지고 부상 선수가 속출하면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의 경기. 9회말 박세혁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주저앉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의 경기. 9회말 박세혁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주저앉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감독은 "최고의 포수가 팀을 떠났지만, 그 자리를 포수 박세혁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이 다 메워줬다. 우리 선수들 정말 고생했고 고맙다"고 말했다. 박세혁은 이날 5-5로 팽팽한 9회 말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정규리그 137경기에 나와 타율 0.279, 4홈런, 63타점으로 활약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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