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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에릭센-리베리 몸값은 왜 ‘0원’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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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적료 ‘0원’을 내걸고 축구 인생을 바꾸려는 혼다 게이스케, 크리스티안 에릭센, 프랑크 리베리(왼쪽 사진 부터). [AP·EPA=연합뉴스]

이적료 ‘0원’을 내걸고 축구 인생을 바꾸려는 혼다 게이스케, 크리스티안 에릭센, 프랑크 리베리(왼쪽 사진 부터). [AP·EPA=연합뉴스]

축구의 이적료는 곧 선수 가치다. 실력이 뛰어나면 천문학적 액수의 몸값이 매겨진다. 네이마르(2360억원)와 리오넬 메시(1970억원·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특이하게 ‘이적료 0원’에 축구 인생을 건 스타들이 있다. 2010년대 일본 축구의 아이콘 혼다 게이스케(33), 손흥민의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27·토트넘)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레전드 프랑크 리베리(36·피오렌티나)가 그들이다.

혼다 “돈보다 최고 팀·동료 원해” #에릭센 높은 연봉 노리고 버티기 #리베리, 피오렌티나 이적 노익장

혼다는 ‘이적료 0원’을 주요 스펙으로 내세워 구직에 나섰다. 혼다는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나에게 영입을 제의하라. 나는 돈은 필요없다. 단지 최고 팀에서 최고 동료와 뛰고 싶다”고 썼다. 맨유는 최근 공격수 줄부상으로 고민 중이다. 혼다는 영국 언론이 자신을 대안으로 꼽은 것을 보고 발빠르게 ‘셀프 세일즈’에 나섰다.

혼다가 파격적인 역제안을 할 수 있었던 건 이적료가 없는 자유계약 선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계약이 끝난 그는 현재 무적(無籍)이다. 녹슬지 않은 실력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그에게 눈독 들이는 구단은 많다. 혼다는 2018~19시즌 멜버른에서 7골·5도움(18경기)을 기록했다. AC밀란(2014~17년) 등 빅클럽도 거쳤다. 아시아 선수 월드컵 통산 최다골(4골)도 그의 기록이다.

에릭센 역시 ‘이적료 0원’으로 인생 최고의 이적을 꿈꾼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에릭센은 토트넘과 재계약하는 대신, 겨울 이적시장이 끝날 때까지 버틴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선 계약 만료 6개월 전까지 소속팀과 재계약하지 않으면 이적료 없이 이적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고액 연봉도 요구할 수 있다. 지난 시즌 10골·17도움(51경기)을 기록한 에릭센은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플레이메이커로 꼽힌다. 전성기에 최고 조건으로 이적하겠다는 계산이다.

토트넘 구단은 지난 시즌까지도 에릭센 몸값으로 1억3000만 파운드(약 1920억원)를 책정했다. 과도한 이적료 탓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영입 경쟁에서 물러섰다. 토트넘은 최근 에릭센 몸값을 3000만 파운드(약 440억원)로 낮췄다.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괘씸죄일까. 부동의 주전이던 에릭센이 올 시즌 벤치와 선발을 오가고 있다.

리베리는 ‘이적료 0원’을 발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12년간 뛴 뮌헨과 계약이 끝난 리베리는 8월 자유계약 선수로 피오렌티나에 입단했다. 피오렌티나는 연봉 400만 유로(약 50억원, 기간 2년)에 특급 베테랑을 영입했다. 리베리가 뮌헨에서 124골(425경기)을 넣은 점을 생각하면 헐값이다.

피오렌티나는 ‘리베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8월 23일 아탈란타전에서 환상적인 논스톱슛 데뷔골을 터뜨렸다. 리베리는 8월 14일 유벤투스전에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 로코 코미소 피오렌티나 구단주는 “36세 리베리가 호날두보다 낫다”며 좋아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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