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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송환법’ 시위 여전한데…‘여친 살해’ 장본인은 곧 석방

중앙일보

입력

6월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는 홍콩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6월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는 홍콩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문제로 넉 달째 홍콩을 뒤흔든 장본인은 여자친구를 살해한 20대 남성이었다. 홍콩인 찬퉁카이(20)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쳤다. 홍콩 정부가 지난 4월 송환법을 추진하게 된 시발점이다.

찬퉁카이가 다음 달 23일 석방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찬퉁카이는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29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살해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홍콩이 ‘속지주의’를 채택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인도하길 원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서다. 홍콩 정부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친중파 의원들은 홍콩 사법체계의 허점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법안 추진을 강행했고, 이는 송환법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지난 6월 초 시작된 반대 시위에는 연인원 수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은 이제 홍콩의 일상이 됐다.

홍콩 민주당의 앤드루 완 의원은 역외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도 살인, 학살 등 중범죄에 대해서는 법원이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법안을 긴급 발의했지만, 친중파인 홍콩 입법회 의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완 의원은 “친중파 진영은 정의를 실현할 마지막 기회를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은 내달 1일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 도심인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홍콩 당국은 이를 불허했으나 인권전선은 강행키로 해 또다시 대규모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전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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