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70년] 시진핑, 인민영웅기념비 헌화 메시지…’아편전쟁 상처 딛고 세계 최강 중국몽 달성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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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건국 70주년을 하루 앞둔 30일 정치국 상무위원 등 중국 최고 지도부를 이끌고 천안문(天安門) 광장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 한복판에 있는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 한복판에 있는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지도자 행보는 늘 정치 메시지를 담는다. 시진핑 발걸음엔 어떤 의미가 담겼나. 인민영웅기념비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높이 38m의 기념비 앞면엔 “인민영웅들이여영원하라(人民英雄永垂不朽)’란 글이 새겨져 있다. 마오쩌둥의 필체다.
중요한 건 뒷면에 쓰인 비문이다. 비문의 맨 아래를 보면 이 비문이 언제 쓰였는지를 알 수 있다. 1949년 9월 30일이다. 마오가 천안문 성루에 올라 건국을 선포하기 전날 쓰인 것이다. 시 주석은 정확히 비문이 쓰인 70주년 되는 날 헌화한 셈이다.
비문의 내용은 마오쩌둥이 초안을 잡고 중국에서 영원한 인민의 총리로 불리는 저우언라이가 완성했다고 한다. 따라서 비문을 보면 중국 건국의 두 주역이 어떤 생각을 갖고 나라를 세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베이징 천안문 광장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높이 38m의 인민영웅기념비. [중앙포토]

베이징 천안문 광장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높이 38m의 인민영웅기념비. [중앙포토]

비문은 크게 세 단락이다. 첫 단락은 “지난 3년 이래 인민해방전쟁과 인민혁명 중에 희생된 인민영웅들이여영원하라”다. 국공내전 기간(1946~49년)에 장제스의 국민당군과 싸우다 스러진 선열을 추모하고 있다.
두 번째 단락은 “지난 30년 이래 인민해방전쟁과 인민혁명 중에 희생된 인민영웅들이여영원하라”다. 1919년 5.4 운동 이후 중국의 공산혁명을 위해 분투한 이들을 기리고 있다. 5.4 운동에 자극을 받아 이태 후인 21년에 중국 공산당이 만들어졌다.
중요한 건 마지막 단락이다. “지금부터 거슬러 올라가 1840년 그때부터 국내외 적들에 반대하고 민족의 독립과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친 투쟁 끝에 희생된 인민영웅들이여영원하라.”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30일 오전에 열린 인민영웅기념비 헌화 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동급으로 나란히 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중국 CCTV 캡처]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30일 오전에 열린 인민영웅기념비 헌화 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동급으로 나란히 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중국 CCTV 캡처]

마오와저우 두 건국의 주역이 개국을 선포하기 전날 목욕재계하고 썼을 선열 추모의 글에서 1840년 아편전쟁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세운 이들이 생각한 건국의 뿌리가 아편전쟁의 상처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진핑의 인민영웅기념비 헌화 의미가 여기에 있다. 2012년 가을 중국의 1인자가 된 시진핑이 내세운 비전이 ‘중국몽(中國夢)’ 달성이다.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중국몽이라고 말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무슨 의미인가. 눈여겨볼 단어는 ‘부흥’이다. 다시 흥한다는 뜻이다. 마오와저우가 회귀하고 싶은 시기는 바로 아편전쟁 이전이다. 마찬가지로 시진핑은 ‘부흥’을 통해 아편전쟁 이전 중국이 흥했던 시기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오전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을 대동하고 천안문 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중국 CCTV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오전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을 대동하고 천안문 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중국 CCTV 캡처]

아편전쟁 이전의 중국인 청나라가 어땠길래 그럴까. 영국의 경제사학자 앵거스 매디슨이 아편전쟁이 터지기 20년 전 세계에서 각 국가가 차지하는 GDP 비율을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청나라 GDP는 세계의 32.9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유럽 전체는 22.91%, 신생 독립국 미국은 1.81%에 불과했다. 청이 독보적인 세계 1위의 국력을 자랑하던 시대인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몽’ 제창은 중국의 국력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 최강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외침이다. ‘왕의 귀환’을 알리는 포효와 같다. 그러려면 미국을 넘어야 한다. 시진핑이 지도부 전체를 이끌고 건국 70주년 전날 인민영웅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의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천안문 광장 한복판 높이 38m 인민영웅기념비 #건국 당시 마오쩌둥 생각 짐작할 수 있는 비문엔 #건국의 뿌리를 아편전쟁의 상처에서 찾으며 #세계 최강 국력 자랑한 시대로의 회귀 열망 담아 #시진핑 추구의 ‘중국몽’ 달성과 정확히 일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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