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열병 준비 어떻게…치마선까지 9개 선 맞춰 매일 3만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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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엔 때맞춰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는 촌(村)이 있다. 대규모 열병을 준비하기 위해 생겼다가 없어지는 열병촌(閱兵村)이 주인공이다. 1984년 건국 35주년 열병에 맞춰 처음 탄생했다. 베이징 근교에 4개 정도가 있다.

모자선에서 치마선까지 모두 9개의 크고 작은 선을 맞춰야 한다는 열병 훈련에 여념이 없는 중국의 여군. [유상철 기자]

모자선에서 치마선까지 모두 9개의 크고 작은 선을 맞춰야 한다는 열병 훈련에 여념이 없는 중국의 여군. [유상철 기자]

창핑(昌平)엔 도보 행진을 준비하는 열병촌이 있고 퉁저우(通州)엔 각종 무기를 탑재한 차량이 대오를 갖춰 훈련하는 열병촌이 있다.
25일 창핑난커우(南口)의 열병촌을 찾았다. 육·해·공, 로켓군과 이번 열병에 처음 참가하는 평화유지군 등 5개 군의 훈련 장소다.
“열병이 뭔가. 바로 사람을 검열하는 것이다.” 열병촌 안내를 맡은 도보 대오 지휘부의 부지휘관 류스쉬(劉士胥)의 어조는 단호했다. 그는 “책임 의식이 있어야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며 성공적인 열병식을 위해선 병사들의 정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폭 75cm에 1분 당 112보 행진 #하루 8시간씩 매일 21km 걷는 셈 #모자선과 다리선 등 3대 선 맞추고 #턱선과 총구선 등 9개 작은 선 일치 #‘단호한 눈매’로 군기 과시 위해 #40초 동안 눈 깜박이지 않기 훈련도

열병식에는 200만이 넘는 중국 각 군에서 1만 5000여 명이 뽑혔다. 여군은 키 163cm 이상, 남성 장병은 175cm 이상이다. “행진은 몸이 하지만 검열받는 건 영혼이요, 보여주는 건 굳건한 의지의 이미지”라는 말이 도보 행군을 대변한다.

중국 해군 의장대 소속 마옌페이는 "매일 8시간씩 훈련했다"고 밝혔다. 걸음수가 3만보, 거리로 따지면 21km를 행진하는 셈이다. [유상철 기자]

중국 해군 의장대 소속 마옌페이는 "매일 8시간씩 훈련했다"고 밝혔다. 걸음수가 3만보, 거리로 따지면 21km를 행진하는 셈이다. [유상철 기자]

이를 위해 해군 의장대 소속 마옌페이(馬雁飛, 23)는 “매일 8시간씩 훈련했다”고 밝혔다.
보폭은 75cm, 1분에 112보를 행진한다. 96m를 정확히 67초에 돌파했다. 하루 8시간 훈련하니 그 걸음 수가 3만보, 거리로 따지면 21km다.
얼마나 오랜 기간 훈련했나. 마옌페이는 그저 “일정 기간 훈련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일각에선 5월 1일 노동절 연휴 이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20주가량 훈련한 셈이다.
중요한 건 행진 시 칼날 같은 절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3개의 큰 선(線)과 6개의 작은 선을 맞추는데 1cm의 차이도 없어야 한다. 3개의 큰 선이란 모자선, 소총선, 다리선이다. 6개의 작은 선은 턱선과 총구선, 손의 윗선, 손의 아랫선, 발끝선, 그리고 여군의 경우 치마의 끝 선까지 맞춰야 한다. 한열당 18명이 65cm 간격으로 늘어서 행진하되 이 아홉 개의 선을 하나로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행진 시엔 발을 앞으로 쭉 내밀되 지면에서 30cm 이상 떨어지게 해야 한다. 그래야 위엄이 살아난다고 한다. 입대 10년 차라는 우하 오(吳昊, 30)는 “가장 힘든 게 체력”이라고 호소했다. 무한한 반복 훈련을 해야 하는데 20대 초반 사병들에 밀린다며 웃었다.
훈련은 행진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군의 기개를 과시하기 위해선 ‘꼿꼿하게 선 자세’와 ‘단호한 눈매’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두 시간 동안 꼿꼿이 서 있어도 쓰러지지 않고, 40초 동안 눈 한번 깜박이지 않는 훈련도 반복한다.

건국 70주년 열병식에는 육, 해, 공군의 연합 군악대 1300명이 참가한다. [유상철 기자]

건국 70주년 열병식에는 육, 해, 공군의 연합 군악대 1300명이 참가한다. [유상철 기자]

류스쉬 부지휘관은 이번 건국 70주년 열병에 나서는 도보 대오의 경우 과거와 다른 세 가지 특징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도한 군 개편 이후의 모든 부대 병력을 망라해 열병 대오를 편성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합동 능력을 크게 제고시킨 점이다. 각 군종 간, 또는 장교와 사병 간, 현역 군인과 민간인 간의 연합 편성이 새로운 특징이다. 끝으로 여성 장군 두 명 등 고급 지휘관이 열병에 많이 참여한다. 이는 군 지휘관이 사병을 직접 이끌고 전투에 참여하라는 시 주석의 요구를 구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열병촌은 행사가 끝난 뒤 약 열흘 뒤 사라진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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