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지표, 체감과 달랐다… 알바족·구직단념자 5년새 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취업준비생 이모 씨(29)는 지난 4월 A 통신사에서 6개월짜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취업을 준비하며 틈틈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한 달 급여는 125만원. 이 씨처럼 시간제로 일하는 취업준비생은 고용통계에서 ‘취업자’로 분류돼 실업률에서는 제외된다.

이 씨처럼 취업자와 실업자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이 늘면서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과 실제 실업률 간 괴리가 2015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통계청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체감실업률은 11%로 같은 기간 0.8%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두 지표 간 차이는 8%포인트로 벌어졌다. 2016년 같은 달 6.6%포인트에서 3년 새 1.4%포인트 올랐다. 2015년 8월(8%)과 함께 5년 새 최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만 포함한다. 반면 체감실업률은 구직단념자나 취업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불완전 취업자’와 ‘잠재 구직자’ 등도 포함하는 실업률이다. 쉽게 말해 이처럼 간극이 큰 것은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이 본인을 취업자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구직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지만, 실제 국내 고용 여건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구체적으로 아르바이트족(族)으로 대표되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가 78만명으로 2015년 이후 8월 최대를 기록한 것이 괴리가 커진 이유로 꼽힌다. 8월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45만2000명 늘었는데 그중 27.9%(12만6000명)가 시간제였다. 취업자 수가 늘어 실업률은 떨어졌지만, 실제 고용의 질은 낮았다는 얘기다.

최근 구직 노력을 했지만 육아 등 이유로 물리적으로 취업이 불가능한 ‘잠재 취업가능자’도 6만9000명으로 2015년 이후 최대(8월 기준)였다. 최근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잠재구직자’ 중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도 54만2000명으로 같은 기간 최대를 기록했다.

8월 구직 단념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8월 구직 단념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완전 취업자가 늘면 명목 지표는 좋아질 수 있겠지만, 노동생산성은 낮아지고 저임금이 고착화해 고용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며 “특히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60대 세금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지속할 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향후 정책 방향을 왜곡할 위험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완전 취업자는 여전히 실업상태로 생각하고 있는데, 정부는 고용이 개선됐다고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충격’으로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체감실업률 구성 요소는 아니지만 당장 일할 의사가 없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아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도 217만3000명으로 2003년 이후 최대(8월 기준)였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 면에서 30대가 30.9%로 가장 높았다. 강 교수는 “시장 고용상황이 좋지 않아 취업을 포기한 인구가 늘어났다는 것”이라며 “감소 폭이 줄었다고는 해도 30·40대 취업자 수가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잠재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면 시장의 일자리 투자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며 “기술창업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