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쟁에 뛰어든 대통령…'文vs檢' 검찰개혁 전선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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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뉴욕에서 돌아온 지 하루만에 나온 전격 발표였다.
 한·미 정상회담, 유엔총회 연설 등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문 대통령은 27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게 브리핑을 지시했다.
이날 고 대변인은 "대통령 말씀을 전달하겠다"면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번 처럼 대통령의 육성(肉聲)을 전하는 경우는 이례적이었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은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같은 법ㆍ제도적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면서 ‘인권 존중’이란 표현을 썼다.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권을 언급한 이유가 검찰의 조 장관 자택 압수 수색을 비판한 것이냐는 질문에 “알아서 해석하기 바란다”고만 답했다. 다른 청와대 핵심참모는 “아직도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듯 한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검찰에 직접 요구한 대목도 있었다.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의 검찰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수사권 독립과 검찰 개혁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그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 중엔 조 장관에 관한 대목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국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의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결론은 이번에도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정상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함께 모아달라"는 것이었다. 지난 9일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밝힌 기조대로였다.
‘윤석열 검찰’의 조 장관 관련 수사 방식과 행태에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지만, 조 장관 거취 문제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뜻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작심한 듯이 메시지를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조 장관 자택에 대한 11시간의 압수수색 ^ 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과 검사가 통화한 사실이 외부에 유출된 정황 등이 작용했다고 한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조 장관에게 압수수색 당시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캐물었고, 시인을 받아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검찰과 한국당의 '내통'이란 단어까지 써가며 역공에 나선 상황이다. 주 의원은 "검찰이 억울해한다는 제보를 받고 유도질문을 한 것"이라며 "조 장관이 허술해 10%의 제보만으로도 답변을 끌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아무리 봐도 과도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정·청이 동시에 검찰수사 방식을 비판하고 나선 셈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조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에 언급을 하고 나서자 여야 대치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당장 야권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수사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김연명 한국당 수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개혁 주체라며 겁박에 나선 것”이라며 “권력을 빌미로 노골적 개입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대통령마저 자기 세력에 대한 선동에 나서고 지지세력의 엄호로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며 “조 장관과 문 대통령은 한 몸이다. 이제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옮겨갔다”고 했다.
 고 대변인의 브리핑 후 대검찰청은 “검찰은 헌법 정신에 입각하여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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