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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내로남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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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조국 사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정치세력으론 정의당을 꼽을 수 있다. 정의당이 조국 장관 임명에 “대통령 임명권을 존중하겠다”며 반대하지 않아서다. 정의당은 조국 관련 압수 수색을 “명백한 정치 행위”라고 했다. 또 조국 장관 부인을 기소한 것도 비난했다.

정의당은 대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대전 서구에 있는 한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야학) 때문이다. 이 야학은 지체 장애인 등 40여명에게 한글·음악·미술 등을 교육한다. 장애인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다. 이곳의 올해 운영비 9000만원은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 등에서 지원받았다. 전액 국민 세금이다.

야학은 지난 6월 28일 협동조합 형태의 한 업체와 720만원어치(5개월분) 점심 급식계약을 했다. 하지만 야학은 이곳에서 음식을 받지 않았다. 밥값을 카드 결제한 다음 상당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일종의 ‘카드깡’을 했다. 이렇게 현금을 만들어 다른 용도에 썼다. 장애인용 급식은 인근 고등학교에서 급식하고 남은 밥(잔반)을 받아 해결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에게는 밥값으로 끼니당 1000원씩 받았다. 일부 강사를 허위 등록하고 수백만원의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대전시와 교육청 조사에서 확인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시설 대표와 운영위원장은 사과하고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대전판 도가니’로 부른다.

야학 운영의 심의·의결·감사 기능을 하는 운영위원회 위원장 등 위원(9명) 상당수는 정의당 이력자였다. 운영위원장은 현재 대전시 정의당위원장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후보로 나섰다. 야학 대표도 정의당 소속이었다.

정의당은 어떤 정치세력보다 양심과 정의를 추구해왔다. 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대변자임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이번 야학 비리는 정의당이 사회적 약자를 외려 이용했음을 보여준다. 조국 사태로 정의와 도덕은 붕괴했다. 정의당 등 진보좌파 세력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개혁과 정의 타령을 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개혁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 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방현 대전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