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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없고 돼지 2마리뿐인 폐농장서 확진…미궁 빠진 돼지열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감염 경로를 찾는 작업이 미궁에 빠졌다. 당초 유력한 감염 경로로 여겨졌던 차량 혹은 북한 멧돼지를 통한 전염이 아닐 수 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다. 2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강화군 삼산면에서도 ASF 양성 판정이 추가로 나왔다. 이로써 지금까지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7곳으로 늘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삼산면 양돈농가는 이미 문을 닫은 폐농장으로, 돼지 두 마리만 키우고 있었다. 방역당국은 이 농장을 예찰하는 과정에서 한 마리가 식욕 부진 등 증상을 보이자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 위치도 강화도 본섬이 아니라 서쪽으로 치우친 석모도 안이다. 외부를 오가는 육로는 석모대교 1개뿐이다. 특히 반경 3㎞ 내 양돈 농가가 없고, 사료ㆍ출하 등을 위한 차량과의 접촉도 없었다.

그간 농장을 드나드는 차량이 바이러스를 묻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ASF가 확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 농장은 차량 역학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오순민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현재로썬 감염 원인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며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어 모든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ASF에 죽은 북한 야생 멧돼지 사체나 북한 멧돼지가 철책을 뚫고 내려오는 월경(越境)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비무장지대(DMZ) 철책은 멧돼지가 넘어올 수 없는 구조물로 설치돼 있고 멧돼지가 진입을 시도하거나, 우리 군이 DMZ 내에서 야생 멧돼지를 사살한 사례도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야생동물ㆍ곤충 등을 통한 ‘기계적 전파’에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이들 몸에 바이러스가 묻어 확산했다는 것이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발생 농가에 창이 없고, 울타리가 쳐져 있기 때문에 쥐처럼 덩치가 작은 동물에 의해 감염이 됐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임진강이 1차 매개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ASF가 동유럽을 휩쓸 때 주요 전파경로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다뉴브강이다. 북한 축산당국 공무원 출신인 조충희 굿 파머스 연구위원은 “현재까지 발생농가들이 모두 북한ㆍ임진강 수계와 가깝다”며 “물에서 1차로 감염된 야생동물이 2차로 돼지로 ASF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 양주(은현면)에서 처음으로 2건의 의심신고가 접수됐고 연천 청산면, 강화 강화읍에서도 의심신고가 나와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양주 농가가 확진될 경우 ASF 발생 반경은 동쪽으로 더 넓어지게 된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하면서 농식품부는 이날 정오 해제할 예정이던 전국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48시간 연장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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