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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 정년연장은 해법 아니다"…정년 60세 이후 정년 전 퇴사 더 늘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부산장노년일자리 박람회’가 부산시·한국노인인력개발원·부산상공회의소 등 공동 주최로 18일 부산시청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이날 정부는 정년연장 방안을 발표했다. 송봉근 기자

‘2019부산장노년일자리 박람회’가 부산시·한국노인인력개발원·부산상공회의소 등 공동 주최로 18일 부산시청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이날 정부는 정년연장 방안을 발표했다. 송봉근 기자

"정년 연장은 고령화에 대한 효과적인 처방으로 보기 어렵다." 국책 연구원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정년 연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2022년부터 정년(60세) 이후 계속 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6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고령시대, 적합한 고용시스템의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남재량 선임연구위원은 "임금에 대한 고려 없는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는 노동비용 상승을 통해 사업체의 고용을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따라서 "계속 고용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임금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16년 41만명이던 조기 퇴직자, 올 5월 벌써 60만 

남 선임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 2016년 조기 퇴직자 수는 41만4000명으로 2013년 31만3000명보다 5만9000명 늘었다. 이듬해부터는 증가 폭이 커졌다. 2017년 조기 퇴직자는 53만4000명에 달했다. 올해는 5월 현재 벌써 60만2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정년 퇴직자는 2016년 35만5000명을 고비로 감소했다. 올해 35만명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2016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정년 퇴직자 가운데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사람은 7.1%에 불과하고, 조기 퇴직자 비율이 12.2% 높은 사실도 공개했다.

중·고령 한 명 고용하는데 청년 3명 고용할 비용 소요…연공급 때문

남 선임연구위원은 "고도 성장기에 장기근속을 유인하기 위한 연공임금체계가 저성장 고령시대에는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근속연수별 임금 격차(제조업)는 2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이 1년 미만자보다 2.83배 높다. 중·고령 근로자 1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청년 근로자 3명을 고용하는 데 소요되는 인건비와 맞먹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청년 고용은 줄 수밖에 없다. 조기 퇴직자가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은 같은 근속 기간 간의 임금 격차가 1.88배, 이탈리아는 1.51배, 영국은 1.49배, 프랑스는 1.34배, 네덜란드 1.3배에 불과하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법적 정년 연장이 주된 직장 퇴직 연령 상승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임금 경직성 해소가 필수"라고 말했다. 생산성과 임금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임금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산성 연동한 임금체계 개편 토대로 점진적 연장 방안 필요"

또 설령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토대를 구축한 뒤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정년 연령의 급격한 변화는 고용저하 효과를 포함한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1년에 1세 또는 2~3년에 1세 연장과 같은 점진적이고 완만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우성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도 "호봉제에 따른 자동 승급과 자동 승진이 광범위하고, 여기에 노사 교섭을 통한 임금인상이 결합돼 강한 연공성이 발생하고 있다"며 "연공적 임금체계의 수정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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