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이틀만에 2건 추가 확진…ASF 발병농장 따로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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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 확진됐다. 이로써 지금까지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6개로 늘었다. 정부가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인천에서 이틀 연속 확진 농가가 나오며 확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이 ASF 발생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ASF가 처음 발병된 ‘원발(原發)농장’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ASF는 잠복기가 4~19일에 이른다. 지난 17일 ASF가 최초로 확진됐던 파주농장이 원발농장이라면 어느정도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다른 지역에 발병해야 한다. 정현수 한수양돈연구소 대표는 “날짜를 보면 17일 다음날인 18일, 23일·24일 등 ASF가 확산되는 속도는 거의 동시다발적”이라면서 “파주농장을 원발농장으로 보기보다는 다른 경기 북부지역에서 직ㆍ간접적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파주 농장은 관리자가 양돈농가 모임에서 우수사례를 발표할 정도로 위생관리에 철저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ASF는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 않고 바이러스를 직접 접촉해야 해 확산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라며 “한국의 경우 ASF가 발생한 전례가 없는 만큼, 과거 발생한 적이 있었던 데도 인지하지 못하고 자체 처분한 농가가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발병원인과 감염 경로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발병농가 모두가 지하수를 축산용수로 쓰고 있어, 최근 제기되고 있는 물을 통한 감염 가능성은 작다”라고 말했다.

25일 접수된 3건의 의심신고 중 강화 불은면 농가는 확진, 강화 양도면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경기 연천 미산면 농가의 경우 검사가 진행중이다. 방역당국은 사람ㆍ가축ㆍ차량 등의 이동을 통제하고 정밀 검사에 들어가는 한편, 살처분 등 초동방역에 나섰다. 25일 현재 ASF로 인한 살처분 대상 돼지는 5만1900여마리로 늘어났다. 이는 경기도 전체 돼지 사육량의 2.3%에 해당한다.

다만 농식품부는 도축한 돼지고기는 중점관리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반출이 가능하게 했다. 도축 돼지고기를 통한 전염 가능성이 낮은 데다, 돼지고기 수급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ASF가 확산하면서 24일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5119원으로, 지난달 평균(4179원)보다 22.5% 올랐다.

한편 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청(APHIS)은 한국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을 받은 국가 명단에 포함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APHIS는 이런 내용을 연방 관보에 공고했다. 앞으로 한국산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제품은 일부 예외적으로 처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입이 금지되며, 돼지 내장은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이에 앞서 APHIS는 지난 5월 북한을 해당 국가에 포함한 바 있다.

ASF 관련 위기관리센터를 24시간 가동중인 청와대는 25일 이호승 경제수석을 주관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매일 오전 회의를 열고 방역 당국의 대응 상황 등을 수시로 보고받으면서 향후 대응 방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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