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국·진중권·조승수 쇼크 정의당 "우린 맛 가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의당은 맛이 가지 않습니다. 갈 길 그대로 갑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2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갈 길’이란 지난 21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한 “기필코 사법개혁과 정치개혁을 완수해서 근본적인 사회개혁으로 응답하겠다”는 약속으로 요약된다. 그때 심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이번 정의당 결정이 국민적 기대에 못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특권과 차별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청년들과, 당의 일관성 결여를 지적하는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의 여론조사는 그 ‘길’을 어떻게 가야 할 지에 대해 정의당 지지층 내 생각이 분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20일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 정의당은 5.3%로 더불어민주당(38.1%)→자유한국당(32.5%)→바른미래당(6.2%)에 이어 4위였다. 그 이전 5주간 정의당은 6%대로 3위였다. 오차범위 내여서 변별력을 따지긴 어렵다고 하나 정의당으로선 썩 기분 좋을 리 없는 내용이다.

정의당은 의석수 기준 원내 4당이지만,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지지율 3위 정당으로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은 최근 6개월간 처음으로 바른미래당과 같은 지지율(7%)을 기록했다. 그 전까지는 바른미래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최대 6%포인트(4월 둘째 주 정의당 10%, 바른미래당 4%)까지 벌렸지만,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자 9%(8월 마지막 주)의 지지율이 2%포인트 빠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층 이탈의 이유 중 하나는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무위원 후보자를 검증하면서 도덕성 허점 등을 이유로 적격·부적격 판정을 내려왔는데, 조 장관에 대해서는 유독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고(故) 노회찬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지난해 탈당) 등과 함께 당의 간판으로 여겨졌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최근 탈당계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내부의 동요도 커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 청소·시설·경비 노동자 노동환경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 청소·시설·경비 노동자 노동환경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정의당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당원 수가 623명 순증했지만, “조국 장관 임명과 관련해서 정의당 내 찬반 토론이 치열”(지난 24일 심 대표 페이스북)한 점과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탈당을 만류하는 모습 등은 뒤숭숭한 당 분위기를 보여주는 예다. 여기에 지난 23일 재선 의원 출신의 조승수 노회찬재단 이사장이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악재도 겹쳤다. 정의당이 지난 11일과 25일 중앙당 당직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총 11개 부문 중 7개 부문의 채용 형태를 ‘계약직’으로 명시한 것에도 “‘비정규직 없는 나라’를 약속했던 정의당답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각 부문 노조와 민변 등 진보 성향 단체들과 정책 협의를 하거나, 노동 관련 행사 등에 집중하며 당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정의당의 행보를 ‘이슈 전환용’이라고 꼬아서 보는 시선도 정치권에 존재한다. 이날 당의 과제·부문별 특위 위원장에 과거 국회 의정활동 중 ‘공중부양’으로 이름을 알린 강기갑 전 의원(안전먹거리특위) 외에도 2013년 동성혼 기자회견을 열었던 김조광수 영화감독(차별금지법추진특위),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였던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국민의노동조합특위) 등을 영입한 것도 분위기 일신을 위한 노력으로 해석됐다.

한편 심 대표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진중권 교수는 오늘 저와의 통화에서 정의당을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주셨다”고 쓴 것과 관련해, 여권에서는 “번복이 사실이라면 진 교수답지 않다”(한 민주당 중진의원)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진 교수의 탈당 철회 의사를 확인하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