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자리비울 때마다 커지는 ‘조국 이슈’…주목 받는 청와대 참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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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이슈 파급력이 커지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8·9 개각 이래 '조국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그 사이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가 제대로 보도 안되는 데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도 감지된다.

유엔총회 연설, 한미정상 회담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 환송객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총회 연설, 한미정상 회담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 환송객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으로 출국한 다음날인 23일 조국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조 장관 부인과 관련된 혐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운 상황에서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강제 수사가 이뤄진 것이다. 11시간에 걸쳐 진행된 압수수색에 정치권과 언론,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청와대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북·미 비핵화 대화가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 아래 문 대통령이 전격 방미를 결단한 배경이기도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페이스북에 ‘우리 마음은 뉴욕에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에둘러 불편함을 표현했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의 태국·미얀마·라오스 동남아 3개국 순방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 출발부터 귀국까지 조국 정국이 지속됐다. 조 장관은 문 대통령 출국 다음날인 2일 국회서 자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 귀국일인 6일에는 진통 끝에 여야가 합의해 국회서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일각에선 이와 관련, 청와대 참모진을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조 장관과 관련해 여론을 꼼꼼히 살펴보고 대통령에게 직언직설을 할 수 있는 참모들이 드문 게 아니냐는 차원에서다. 조 장관과 관련한 국면마다 청와대는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면 된다’는 대통령 말씀으로 갈음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서 귀국한 당일 참모진과 4시간 동안 조국 장관 임명 여부를 놓고 끝장 토론을 벌였다. 그 전까지 문 대통령과 참모진 간에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 여부를 고심하면서 이번엔 청와대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들의 의견을 두루 경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순방 중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후보자와 관련된 현안을 챙겨보고 직접 대응책을 지시하는 일도 벌어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여권 일각에서도 조 후보자 사퇴론이 제기됐을때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무수석은 뭐하느냐. 빨리 여당과 소통해서 청와대 뜻을 알리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26일 귀국하는 문 대통령의 발걸음이 이번엔 더 무거울거란 관측도 나온다. 조 장관 임명 후폭풍으로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떠난 순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40%를 기록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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