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한국GM…수입차 늘리려는 사측, 사장 퇴진 외치는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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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GM이 최근 출시한 픽업트럭 콜로라도.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GM이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GM이 최근 출시한 픽업트럭 콜로라도.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GM이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콜로라도, 트래버스를 국내에서 만들게 해달라”

노조, 콜로라도 등 국내생산 요구 #사측 “미국서 생산이 효율적” 거부 #막다른 대치로 감원 빌미 될 수도

한국GM이 최근 출시한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SUV 트래버스에 대해 노조가 사측에 요구하는 사안이다. 두 차종은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GM이 수입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는 이 요구를 일축한다. 더 나아가 현재 수입 차종 6종을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 노조와 회사는 왜 이렇게 상반된 입장으로 갈라졌을까.

한국GM 노조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퇴진을 주장했다. 종전 계획했던 콜로라도·트래버스 소비자 불매운동은 벌이지 않기로 했다. 여론 비판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노조가 두 차종에 대해서 불매운동을 검토했던 것은 ‘해외생산차 수입 확대 → 국내 생산차 감소 →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였다.

‘자기네 차를 자기들이 사지 말라고 하느냐’는 비판이 일자 노조는 두 차종을 국내 생산하게 해 달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노조 관계자는 “쌍용차가 3000만원 가격대에 SUV를 시장에 깔기 전부터 우리는 회사에 이런 차를 들여와서 국내에서 조립 생산하자고 요구했는데 회사가 ‘팔리겠느냐’라며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수입해서 팔면 마진율이 2%밖에 안된다고 한다”며 “정우성이 광고하던데 광고비용 주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현실성은 낮다. 사측 관계자는 “제품 다양화를 위해서 콜로라도 등 대형 SUV를 들여올 수밖에 없는데 이 제품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애꿎은 신차를 놓고 노사가 옥신각신하는 것은 생산량을 조정하려는 사측과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노조의 입장이 대립해서다. 한국GM은 본사 방침대로 구조조정 큰 줄기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부터 연간 37만대 수준으로 국내 생산량을 조정하려는 계획이다. 노조가 강경하게 나와도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전문가는 전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GM은 현재 구조조정 국면으로 미국에서도 5개 공장 문을 닫겠다고 한 상황”이라며 “지난해에 연구법인과 생산법인을 분리한 점은 2022년 이후에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조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2022년 이후 부평2공장 생산계획이 없다는 점을 경계한다. 회사가 해외 생산 차량 수입 비중을 늘리면서 결국 국내 생산 비중을 줄이면 인력 감축을 피할 수 없어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가 허공에 뜬 듯한 요구를 하면 회사도 검토하기 어렵다”며 “노조도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가자는 것인데 GM은 빌미가 있으면 생산능력을 줄이려고 해서 결론적으로 노조엔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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