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에 항의받은 류석춘 다른 강의 강행…"드릴 말씀 없다"

중앙일보

입력

24일 오후 한 시민단체 회원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사무실로 난입해 류석춘 교수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24일 오후 한 시민단체 회원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사무실로 난입해 류석춘 교수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위안부 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24일 예정돼있던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교양수업을 그대로 강행했다. 연세대가 강의를 중단한 '발전사회학'과는 다른 수업이다.

류 교수는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된 해당 수업 준비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사무실로 출근했다.

류 교수의 사무실 출입문에는 '왜곡된 역사의식 조장하는 수업 거부한다', '방빼'등 류 교수 사퇴를 촉구하는 학생들의 메모지가 가득 붙어있었다. 문 주변에는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운영위원회가 붙인 '자유 없는 진리 추구의 현장에서'라는 제목의 입장문도 붙었다.

이날 류 교수는 사무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던 중 한 시민단체 회원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사무실로 들이닥친 시민단체 회원은 자신을 '서울의 소리 대표' 백은종(66)이라 소개하며 "매국노를 간첩죄로 체포하겠다"며 류 교수의 팔을 잡아끌었다.

10분 정도 지난 뒤 사무실을 나온 백씨는 취재진에게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아 일본을 옹호하는 발언을 일삼는 류 교수야말로 간첩이 아니냐, 국정원에 신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교수는 강의 예정 시각인 4시를 조금 넘긴 4시 9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과할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이날 수업은 15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연세대는 수업에 외부자가 난입해 수업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강의실 앞에서 출입자를 확인하고 들여보냈다.

류 교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강의인 '발전사회학' 수업 도중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매춘에 나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는 자발적으로 간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살기 어려워서 (스스로) 매춘하러 간 것"이라며 "지금도 매춘 들어가는 과정이 딱 그렇다, 매너 좋은 손님에게 술만 팔면 된다고 해서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류 교수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수업 중 매춘이 '자의반타의반'으로 이뤄진다는 설명에 일부 학생들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에 "궁금하면 (학생이 조사를) 한 번 해볼래요?"라고 말한 것'이라며 "이 발언은 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하는 발언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연세대는 학교 차원의 조사에 착수하고 논란 발언이 나온 '발전 사회학' 강의를 중단했다. 연세대는 "소속 교수의 강의 중 발언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지난 19일 류 교수의 강좌 운영 적절성 여부에 대해 윤리인권위원회(성평등센터)의 공식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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