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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연구실엔 “방 빼” 포스트잇…커지는 파면 요구

중앙일보

입력

'학교 나갈거면 출구는 저쪽입니다.'
'사회학과 학생들은 당신을 원하지 않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위치한 류석춘 교수의 연구실 앞에는 그를 규탄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수십장 붙었다. 앞서 류 교수는 수업 도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하고 질문한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23일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연구실 문 앞에 그의 파면을 요구하는 내용의 포스트잇들이 붙어있다. 박사라 기자

23일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연구실 문 앞에 그의 파면을 요구하는 내용의 포스트잇들이 붙어있다. 박사라 기자

연세대는 류 교수의 강의 일부를 중단하고 진상 규명에 들어갔다. 징계 여부는 그 다음에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은 학교에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24일 "류석춘 교수는 학생과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대학 본부는 류석춘 교수를 파면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총학 "학문의 자유 미명하에 막말·성희롱"

총학생회는 "류 교수는 일제 강점기 전쟁 상황 속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마주해야 했던 폭력적인 사회 구조를 배제하고 위안부 모집 과정 중 있었던 취업 사기, 인신매매와 같은 행위들과 운영 과정에서 있던 폭력, 성 착취를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학문적 의견 제시로 볼 수 없는 망언을 일삼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독하는 그의 행위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연합뉴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연합뉴스]

또 류 교수가 여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위계를 이용한 성희롱”이라고 비판했다. 류 교수는 해당 발언이 학생에게 성매매에 대한 조사를 권유하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총학생회는 이에 대해 “류 교수의 주장이야말로 언어도단이며 강의실 내 교수와 학생 사이의 위계를 이용한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했다.

총학생회는 류 교수에 대해서는 연세대 학생들과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학교 측에는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과목은 그대로 진행, 학생들 "충돌 우려"

이 사건으로 학생들에게 가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학교는 해당 발언이 이루어진 ’발전사회학‘ 과목에 대해서는 임시 휴강을 하고 대체 강의자를 찾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교양과목인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수업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연세대 학생은 “수업에 외부인들이 들어오거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연세대 중앙도서관에 류석춘 교수를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박사라 기자.

23일 서울 연세대 중앙도서관에 류석춘 교수를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박사라 기자.

연세대 곳곳에는 류 교수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사회학과 학생회는 중앙도서관에 ‘궁금하면 교수님이 한 번 읽어보실래요?’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에는 “류 교수의 언행은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이자 학습권 침해”라며 “수업다운 수업을 위해 필요한 건 교수님께서 강단을 떠나시는 것 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 측에는 류 교수를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모든 수업에서 전면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해임 요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을 비롯한 연세대 출신 여야 4당 국회의원들은 23일 류 교수의 교수직 박탈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류 교수에 대한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류 교수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성희롱 등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도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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