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베 관저서도 지한파 떠난다…야치 이어 NSS 넘버2 교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가네하라 노부카쓰 관방부장관보(左), 하야시 하지메 전 주벨기에 일본대사(右)

가네하라 노부카쓰 관방부장관보(左), 하야시 하지메 전 주벨기에 일본대사(右)

이달 중순 고령 등을 이유로 물러난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전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에 이어 가네하라 노부카쓰(兼原信克) 관방부장관보 겸 NSS 차장도 교체될 예정이라고 아사히 신문과 산케이 신문이 22일 보도했다.

가네하라 부장관보 7년만에 떠나 #후임엔 독도 강경파 하야시 유력

외무성 출신의 가네하라 부장관보는 2011년 1월부터 1년여간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총괄공사를 지낸 ‘지한파’로 야치 전 국장과 함께 ‘총리 관저에서 몇 안 되는 지한파 참모’로 꼽혀왔다.

총리관저에서 외교를 이끌어온 넘버1, 2의 지한파가 모두 교체되는 모양새다.

아사히 신문은 “아베 총리가 외교를 담당하는 관방부장관보 자리에 1차 아베정권(2006년 9월~2006년 9월)때 비서관을 지낸 하야시 하지메(林肇)전 벨기에 대사를 기용하는 방향으로 최종조정에 들어갔다”며 “하야시 전 대사는 교체되는 가네하라 부장관보 대신 NSS 차장도 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관저 내에 모두 세 명인 관방부장관보는 관방장관과 관방부장관(3명)을 보좌하면서 정부 각 부처와 주요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이중 NSS 차장을 겸하는 외교담당 부장관보의 경우 NSS 국장, 외무성 사무차관과 함께 총리의 외교정책을 보좌하는 핵심 보직으로 통한다.

가네하라는 2012년 서울에서 귀임한 뒤 외무성 국제법 국장을 거쳐 그해 12월 부장관보로 발탁돼 7년 가깝게 이 자리를 지켜왔다.

‘지한파’인 그는 야치 전 국장과 함께 2015년 위안부 합의 등 한·일 양국 이슈에 깊숙하게 관여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고노 담화 검증,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 발표 등도 주도했다.

한·일관계에 정통한 한 원로는 “특히 위안부 합의가 유야무야되면서 아베 총리 주변의 강경파들은 위안부 합의에 관여했던 야치 전 국장과 가네하라 부장관보 등을 비판했다”며 “그래서 이들의 입지가 위축되기도 했고, 이들이 막판엔 한국에 대해 오히려 더 냉랭한 태도를 갖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네하라의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하야시 전 대사는 지난 2006년 아베 1차 내각 때 외무성에서 파견된 비서관으로 아베 총리를 보좌했다. 2013년엔 내각관방(총리실)산하에 꾸려진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의 실장을 맡았다. 아베 정권이 외무성과 문부과학성 등 정부 내 영토 관련 부처를 총망라해 ‘여론 계몽’의 명분으로 만든 조직이었다.

그는 당시 독도(일본은 다케시마라고 주장)에 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비롯해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각종 대책 마련을 주도했다. 이후엔 외무성 유럽국장 등을 지냈다.

아사히는 “아베 총리는 이미 1차 아베 내각 시절 비서관을 지냈던 (경찰출신) 기타무라 시게오(北村滋)를 NSS 국장에, 또 (경산성 파견)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를 수석비서관 겸 보좌관으로 기용하고 있어 이들이 주도하는 ‘측근 외교’를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일본 유력 언론사의 간부는 가네하라에 대해 “아베 총리의 신임이 두텁기 때문에 총리관저를 떠나더라도 다른 중요한 자리에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