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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트럼프 '새 방법'에 화색…유엔 ‘빅위크’ 앞서 톱다운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이번 주 ‘북핵 빅 위크’가 펼쳐진다. 74차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총회 기조연설(현지시간 24일), 한ㆍ미 정상회담(현지시간 23일) 등 정상급 행사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곧 개시될 북ㆍ미 간 실무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상끼리 풀자” 트럼프 공략

북한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선제적 메시지 발신에 나섰다. 20일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데 대해 담화를 내고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ㆍ미 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북ㆍ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라고 확인하면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치감각과 기질의 발현”이라며 추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9일 실무협상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새로운 접근법을 들고 오라고 요구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응답했다는 식이었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중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연합뉴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중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연합뉴스]

여기엔 미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양보를 얻어내려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은 “북한도 실무협상에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무협상 난항 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직된 관료들 때문’이라며 결국 정상회담을 통해서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논리를 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김정은과 좋은 관계, 가장 좋은 일”

실제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2일 “조미 실무협상은 수뇌회담에서 수표(서명)하게 될 합의문에 담아내는 내용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라며 실무협상을 3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 단계로 기정사실화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호응하듯 20일(현지시간) “적어도 지난 3년간 이 나라에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양자 회담 전 기자들로부터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누구든지 만날 의향이 있다”며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유용성을 강조하다 갑자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했다.

트럼프, 새 방법으로 군사 옵션도 거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을 언급할 당시의 맥락을 보면 이를 북한의 요구 수용으로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질된 대북 강경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ㆍ미 협상이 실패할 것이라고 사석에서 말한 데 대해 반박하며 “볼턴이 리비아 (비핵화)모델을 말했을 때 우리는 굉장한 후퇴를 했다”며 “존은 과거에 그게 얼마나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는지 살펴봤어야 한다. 그리고 아마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많은 것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새로운 방법은)아마 굉장히 강력한 공격일지도 모른다”며 “우리는 지금껏 이렇게 강한 군대를 가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난데없는 군사옵션 거론이었다.

‘유연성 발휘’미국의 새로운 북 비핵화 로드맵.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유연성 발휘’미국의 새로운 북 비핵화 로드맵.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북한은 ‘스몰 딜’로 아전인수 해석

그런데 북한은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20일 김명길 담화)고 해석했다. 이미 지난 2월 2차 북ㆍ미 회담이 ‘하노이 노 딜’로 끝난 원인이었던 ‘스몰 딜’ 주장을 또 한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열 마디 중 단 한 마디라도 가능한 게 있다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실무협상에서 이용하려는 전술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최대한의 여지를 확보해두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을 꺼냈으니, 다른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딴소리하지 못하도록 판을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뉴스1]

유엔서 새 방법 ‘굳히기’ 압박

시기적으로 이는 유엔 빅 위크를 앞두고 한ㆍ미 정상이 내놓을 메시지를 노린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유엔 무대에서 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방법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생각을 밝히기를,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 보장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한 설득하기를 압박하는 것이다.
최선희가 실무협상 개시 시점으로 언급한 9월 말에 이미 진입한 가운데 날짜와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메시지까지 본 뒤 실무협상 일정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유엔에서 기조연설하는 모습.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유엔에서 기조연설하는 모습. [AFP]

이와 관련,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방문과 관련한 텔레 콘퍼런스 브리핑에서 종교의 자유 수호 관련 행사를 핵심 이벤트로 꼽았다. 총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으로선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내용을 사전공개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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