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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 “경제는 버려진 자식이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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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기 하락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데,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된 것 같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또 “구시대적 법과 제도로 기업 손발이 묶여 있다”며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 활동이 부진한 것도 폐쇄적 규제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8일 박 회장은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요즘 경기 하락 리스크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것 같다”며 “주요 국가 간 통상 갈등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져 기업인의 걱정이 크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기가 다운턴(하락)으로 돌아섰고, 기업의 비용 상승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대내외 악재가 종합세트처럼 다가 오는데도 경제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가 이렇게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되면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국민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될지 눈앞이 깜깜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 회장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대해선 "올해 성장률 2% 중에 민간 기여가 30%, 정부가 70%인데 정부 재정으로 충당한 성장"이라고 지적하는 등 성장, 고용, 분배 등 부문별로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 대한상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 대한상의]

박 회장은 “자유로운 시장의 힘을 복원하려면 기업 플랫폼을 개혁해야 하는데, 각축전이 돼 가는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이 구시대적 법과 제도로 손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벤처 기업도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사업 모델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그는 “입법 성과가 부진한데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이대로 흘러가 버리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벤처와 신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쟁점 없는 법안들만이라도 우선해서 통과시켜주길 (국회에)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대 국회 들어 국회에 14번 방문했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투자 심리도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이 감당해야 할 규제 리스크가 커지는 데 대한 우려를 국회에 전달해왔다. P2P 금융 같은 신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법안의 상임위 통과를 위해 스타트업 대표들과 함께 국회를 찾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8월 P2P 금융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정무위)를 통과했고, 현재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전국 상의 회장단은 또 정부의 성장 지원책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산업 구조 고도화와 구조조정 재원들이 일부 취약 기업이 연명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현장 의견이 여전하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기업에 많은 재원이 배분될 수 있게 정부 정책별로 인센티브 구조를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상의 회의엔 허용도(부산)ㆍ이재하(대구)ㆍ이강신(인천)ㆍ정창선(광주) 등 전국 상의 회장단 50여 명이 참석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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