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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층 대입 정시 선호 “학종은 금수저 최상층에 밀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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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대학 진학을 둘러싼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대입 제도의 공정성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전반을 재검토하라”(1일), “대입 공정성 등 교육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9일) 등의 발언을 연이어 내놓자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벌어졌던 ‘수시파’와 ‘정시파’의 갈등도 재현되고 있다.

‘은수저’ 상위층엔 불리한 경쟁 #지역선발 등 약자전형도 원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정시를 선호하는 이들은 “합격자·불합격자 모두 이유를 모르고, 부모 영향력이 커 ‘깜깜이·금수저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폐지해야 한다”(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고 주장한다. 반면 학종 등 수시 위주 대입을 지지하는 이들은 “한 줄 세우기식의 정시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문제풀이로 교실 수업까지 왜곡한다”(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첨예한 대입 정시·수시 논란을 두고 입시제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키려는 계층 간 전략적인 투쟁으로 해석하는 논문이 나왔다. 사회 계층 중 상층에 속할수록 수능 위주 정시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학종이 자신의 계층에 불리하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논문은 학술지 ‘한국사회학’ 최신호에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 사회적 계층 수준에 따른 대학 입시제도 인식 분석’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육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문정주씨와 같은 과 최율 교수가 사회적 계층 수준과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 정도에 따른 입시제도 이해도와 선호도의 차이를 분석한 논문이다.

연구진이 18세 이상 국민 1548명을 상·중·하 3개 계층으로 구분해 조사한 결과, 상층일수록 입시제도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았다. 입시제도와 관련한 담론 형성에 계층 간 영향력 차이가 존재하고, 제도 변화를 둘러싼 논쟁이 일부 계층에 의해 편향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을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수능 위주 정시 전형을 선호하는 반면 교육제도에 대한 신뢰 정도가 높을수록 학종을 선호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학생부 종합전형이 “상층에게 불리한 경쟁으로 인식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종 위주 수시 전형에서 ‘은수저’라 불리는 상층은 ‘금수저’로 불리는 소수의 최상위층에 밀린다. 또한 학종 내 농어촌전형·지역균형선발전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형이 늘면서 상층은 중간층과 치열한 입시경쟁을 경험하게 됐고, 이 결과 상층에게 불리한 경쟁으로 인식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런 관점에서 학종과 정시를 둘러싼 계층 간 투쟁은 상층과 나머지 계층 간의 갈등이라기보다 극소수 최상층과 나머지 상층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금수저’로 포장된 학생부종합전형이 축소되면 은수저가 득을 보는 새로운 경쟁의 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최상층 계층에게만 유리한 학종이 줄어든 만큼 수능으로 입학하는 정원이 늘어난다면 상층 계층에겐 그만큼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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