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분 과시해 돈 받고 탈세까지 한 전관 변호사, 실형 1년 선고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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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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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맡은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 차장검사까지 다 압니다. 작업해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게 해줄 테니 1억원을 주십시오.”

법조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해 사건을 수임하고 수임료를 거짓으로 신고한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과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44)씨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500만원을 확정한다고 12일 밝혔다.

친분 과시하며 사건 수임하는 전관변호사들...탈세까지

판사로 재직하다 2012년 퇴직해 변호사 사무실을 차린 박씨는 사건을 알선한 A씨에게 두 번에 걸쳐 400만원을 제공했다. 박씨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판·검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함께 근무했던 판사가 주심인 사건의 관계자가 "전화 한 통 해달라"며 건넨 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는 법률사건에 관하여 소개·알선의 대가로 금품·향응 등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해서도 안 된다.

박씨는 탈세 혐의도 받았다. 단독사무실을 차렸지만 다른 변호사와 공동사업자인 것처럼 사업자등록을 해 매출을 숨겼다. 약 4억원의 수임료 신고를 누락했고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약 1억3000여만원을 포탈했다.

같은 시기에 퇴직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전모(55)씨도 박씨와 같은 방법으로 약 7억9000만원의 수임료를 신고하지 않았다. 770만원의 종합소득세를 포탈하기도 했다.

법원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 심각하게 훼손시켜”

1심은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중대한 범행으로 그 사회적 해악이 커서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며 박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전씨에 대해서는 “국가의 조세징수 질서 및 조세정의를 훼손하는 범죄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12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한편 2심은 1심이 유죄로 인정했던 알선수재 혐의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박씨가 검찰에 로비한다는 명목으로 요구했던 변호사 선임료를 실제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1심에 비해 다소 감경된 징역 1년과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전씨의 항소는 기각됐다.

대법원도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었다며 이를 확정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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