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궤도선 발사, 다음 정권으로 넘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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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달 궤도선 발사는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오전 국가우주위원회 우주개발진흥 실무위원회를 열고 달 궤도선 개발 일정을 19개월 뒤로 연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달 탐사 사업 주요 계획 변경안을 심의·확정했다.

내년 12월→2022년 7월로 연기 #전문가 “한국만 우주탐사 뒤처져”

당초 계획에 따르면 달 궤도선 발사 목표 일정은 내년 12월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 수정에 따라 차기 정권이 들어선 뒤인 2022년 7월에야 달 궤도선이 발사된다. 중량도 기존보다 128㎏ 늘어난 678㎏이 된다. 달 궤도선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장비를 비롯, 6개의 탑재체가 실릴 예정이다.

시험용 달궤도선

시험용 달궤도선

그간 연구현장에서는 중량 증가로 인한 연료부족과 이에 따른 임무기간 단축 가능성 등 다양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기술적 해법을 둘러싸고 노조가 비판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연구자 간 이견이 발생했다. 항우연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678㎏급 궤도선으로 임무수행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립하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다.

김영은 과기정통부 우주기술과장은 “정확한 원인규명과 해법 마련을 위해 항우연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자체 점검을 하도록 했다”며 “또 이를 토대로 우주 분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 평가단을 최근까지 운영해 연구자 간 이견을 조정하고, 실현가능한 합리적인 해법을 도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점검평가단은 경량화에 대한 항우연의 기술적 한계를 수용해 ① 현 설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목표 중량을 678㎏으로 조정하고, ② 달 궤도선을 2022년 7월 이내에 발사하며, ③ 임무궤도 최적화를 통해 임무기간 1년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궤도선은 달 상공 100㎞의 원궤도에서만 12개월 운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계획 수정에서는 원궤도와 최대 300㎞ 상공에 이르는 타원궤도를 병용하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타원궤도 비행에는 연료가 덜 소모되기 때문에 기존 설계안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게 평가단의 진단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 수정에 따라 미국 NASA와 맺은 우주협정과 기술교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우주공학 전공 대학교수는 “이번 계획 수정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 중 하나였던 달 탐사에 대해 현 정권이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고 방치한 탓이 제일 크다”며 “세계는 지금 강대국과 소국을 가리지 않고 달을 비롯한 우주탐사에 뛰어들면서 우주산업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뒤처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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