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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환경상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출할 수 밖에" 폭탄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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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다 요시아키(原田義昭) 일본 환경상이 후쿠시마 제1원전 내 방사성 오염수 처리 문제와 관련해 “바다에 방출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 방법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정부 각료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낸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단순한 의견" 전제했지만 공식화 관측 #"정해진 것 없다"는 정부 입장과 대치 #스가 장관 "처리 방법 결정안해.. 개인적 발언"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0일 하라다 환경상은 이날 각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福島) 원전 내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 “(바다로) 방출해 희석하는 것 외에, 그다지 선택지가 없다” 고 말했다.

하라다 환경상은 또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도 ‘안전성, 과학성에서 보면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다로 방출할 경우 예상되는 풍평피해(風評被害·소문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선 “정부가 모든 노력을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라다 요시아키 일본 환경상[로이터=연합뉴스]

하라다 요시아키 일본 환경상[로이터=연합뉴스]

또 한국 등이 해양 방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겠지만, 확실히 과학에 근거해 성의를 다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염수 처리 문제는 경제산업성 산하 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으로 환경성의 관할은 아니다. 하라다 환경상은 11일 개각에서 교체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언 역시 재임 중 업무에 대한 소회를 들려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업무소관이 아닌 점과 관련해 “앞으로 정부 전체에서 신중하게 논의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내 말은) 단순한 의견으로서 들어주기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져 있는 모습. 처분하지 못한 오염수가 급격히 늘며 현재 부지에는 오염수 100만 톤(t)이 물탱크에 담긴 채 보관되고 있다. 2019년 2월 촬영.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져 있는 모습. 처분하지 못한 오염수가 급격히 늘며 현재 부지에는 오염수 100만 톤(t)이 물탱크에 담긴 채 보관되고 있다. 2019년 2월 촬영. [연합뉴스]

일본 정부도 "하라다 환경상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경제산업성 소위원회에서 풍평피해 등 사회적 관점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처분 방법을 결정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정책을 책임지는 각료가 민감한 해양방출 방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임기 마지막날 '폭탄 발언'을 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 방안은 논의 중이며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정부가 해양방출 방안을 공식화하기 위한 예고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처리방법 6가지 가운데 해양방출 방안이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안으로 꼽혀왔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폭발사고 때문에 가동이 중단됐으나, 외부로부터 흘러 들어가는 지하수와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수로 인해 매일 170톤의 방사성 오염수가 생기고 있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을 희석 처리한 뒤 원전 부지 내 물탱크에 저장해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정화시설에서 오염수를 정화했다며 '처리수'로 부르고 있지만, 정화를 거친 물에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라이튬)가 남아 있다.

지난달 16일 미일제국주의 반대 아시아공동행동(AWC) 한국위원회와 AWC 일본연락회의 등 한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고농도 오염수의 바다 폐기 추진과 해당 지역의 방사능 피폭 상황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려는 것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미일제국주의 반대 아시아공동행동(AWC) 한국위원회와 AWC 일본연락회의 등 한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고농도 오염수의 바다 폐기 추진과 해당 지역의 방사능 피폭 상황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려는 것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오는 2022년 여름쯤 이 탱크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 8월 도쿄 전력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이제는 오염수 처리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오면서 오염수 처리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후케다 도요시(更田豊志)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공개적으로 “(오염수를) 충분히 희석해 해양방출을 하자는 것이 위원회의 견해”라고 밝히는 등 일본 정부 내에선 해양방출이 유력하게 다뤄지는 기류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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