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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야당 손잡은 소상공인연합회에 "정치참여 사유 불충분"

중앙일보

입력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해 “연합회가 정치참여를 원하는 사유가 불충분하다”며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정치참여를 금지한 연합회 정관을 바꿔 정치참여의 길을 열겠다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요청에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0일 “소상공인연합회 측에서 제출한 (정관 승인요청에 대한) 자료가 아직 미흡하다”며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달라고 연합회 측에 공문이 나간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연합회는 지난달 2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정치 참여를 금지한 정관 5조를 삭제하겠다”며 정관 변경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하며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당시 연합회는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서 “헌법이 보장한 정치적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정관 변경은 불가피하다”며 변경 사유를 설명했다.

정책연대를 발표하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사진 왼쪽)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뉴스1]

정책연대를 발표하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사진 왼쪽)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뉴스1]

이날 연합회 관계자는 “어제(9일) 정부로부터 정관변경을 추진하는 사유가 불충분하니 자료를 보완해서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소상공인이 정치적 기본권을 지키겠다는 게 정관 변경 사유로 불충분한 건지 법리적으로 우리도 검토중”이라며“정부에 자료를 다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장관은 “(연합회가 중소벤처기업부와 정책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는)연합회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며 야당과 손잡은 연합회의 최근 행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7월 30일 임시총회를 열고 정관 5조를 삭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정관 5조는 정치에 관한 연합회의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공직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인을 당선되도록 하는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당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정관 변경 목적에 대해 “그동안 소상공인 현실은 정치권에 이용만 당할 뿐, 소상공인을 위한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앞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정치인이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한 선제조치”라고 설명했다.

 거리로 나온 소상공인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018.8.29     yatoya@yna.co.kr/2018-08-29 16:38:01/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거리로 나온 소상공인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018.8.29 yatoya@yna.co.kr/2018-08-29 16:38:01/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정치적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대정부 규탄 대회 1년 기념행사’를 갖고 정치 세력화, 나아가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정당을 결성하겠다고 밝혔고 이달 5일엔 야당인 민주평화당과 연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70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이 야당과 손을 잡은 것이다. 연합회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고 지속해서 반대 목소리를 내왔지만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컸다.

하지만 이런 정치 활동이 연합회 차원에서 가능하려면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정관 변경 승인이 필요하다. 지난 2014년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소상공인지원법)’에 따라 설립된 주무부처 승인이 있어야 정관을 바꿀 수 있다. 소상공인 지원법에는 정치 참여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어 중기부 승인을 받으면 연합회 차원에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반면, 법정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각각 상공회의소법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서 정치 참여를 금지하고 있어 정관과 무관하게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창당은 연합회 차원이 아니라 소상공인 개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정관 변경을 중기부가 승인해주는지와 무관하게 창당을 통한 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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