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조국에 쓴소리한 금태섭 뭇매…아들까지 공격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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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연합뉴스]

6일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에게 공개적으로 쓴소리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조 후보자 지지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검사 출신인 금 의원이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조 후보자가 그의 지도교수였다는 점도 아울러 주목받았다.

금 의원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마지막 질의에서 “조 후보자 딸은 사실상 의학전문대학원 재수를 위해 적을 두고 있던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았고, 동양대 교수 어머니 밑에서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하고 보수를 받았다”며 “등록금 때문에 휴학해야 하고,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하는 젊은이들이 이번 논란을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 의원은 이날 오전 질의에서는 조 후보자를 향해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에 대한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동문서답식 답변을 해서 그들의 상처를 깊게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금 의원 페이스북 글에 달린 일부 비난 댓글. [금태섭 페이스북 캡처]

금 의원 페이스북 글에 달린 일부 비난 댓글. [금태섭 페이스북 캡처]

금 의원의 이 같은 작심 발언은 일부 조 후보자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금 의원이 인사청문회 마지막 질의를 마친 후 “인사청문회 중에 보내주신 많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지적에 감사드린다”며 올린 페이스북 글에는 “당신 자식은 어떻게 사는지 지켜보겠다”, “조 후보자가 지도교수일 때 박사 안 줘서 화가 난 것이냐” 등의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이중에서는 금 의원의 아들이 지난 2월 출간한 『금수저 의경 일기』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이 책의 저자 소개 중 “25개국을 넘게 여행했다”는 내용을 문제 삼는 댓글이 많았다. “20대 초반에 25개국 여행하고 책 낸 아드님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는 내용이다.

금 의원의 휴대전화에는 2500건이 넘는 문자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금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평소보다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물론 항의도 많았지만 ‘잘했다’는 격려도 있었다”고 전했다.

금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날카롭게 검증하고 열린 마음으로 후보자의 이야기를 듣겠다”면서 “(후보자 적격성 여부 판단은) 다 들어보고 하겠다. 현재 그 어느 쪽에도 무게추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금태섭 의원의 마지막 질의 전문

마지막 질의 시간이니 짧게 제 소회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오늘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가족과 관련된 질문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신상문제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점에 대해서는 저도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후보자의 딸은 사실상 의전원 재수를 위해 적을 두고 있던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재학 중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당시 후보자는 서울대학교 교수였습니다. 또한 후보자의 딸은 동양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는 어머니 밑에서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하고 보수를 받았습니다.

지방대의 어려운 재정형편, 그리고 연구보조원이 되기 위한 지방대학생들의 간절한 바람을 생각할 때 정말 저도 어쩔 수 없이 화가 났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서울대학교, 그리고 동양대학교 교수인 부모는 설사 딸이 원했어도 자기가 재직하는 학교에서 그렇게 못하게 했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얘기하면서 후보자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도 합니다. 후보자도 그 당시 대입 제도를 얘기합니다.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해야 하고, 학기 중에도 알바를 뛰어야 하는 젊은이들이 이번 논란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후보자의 임명 문제가 그들에게 하나의 상징이자 시금석이 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많은 수가 오늘 청문회도 지켜봤을 겁니다.

만약 후보자가 이대로 법무부장관에 임명된다면 그 친구들이 어떤 상처를 입을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나 가치관에 얼마나 큰 혼란을 느낄지 저로서는 참으로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게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저한테는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진영간의 대결이 된 현실, 정치적 득실 등 많은 고려사항이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을 저울 한쪽에 올려놓고 봐도 젊은이들의 상처가 걸린 반대쪽으로 제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습니다.

후보자의 임명 여부는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고 어떤 결정을 하시든 존중할 것입니다. 그러나 후보자와의 많은 공적, 사적 인연에도 불구하고 그런 깊은 염려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시간 청문회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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