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사태가 신체자유에 대한 불안감 못지 않게 ‘금융자유’에 대한 의문도 증폭시켰다. 금융자유는 ‘환율불안으로부터 자유’다. 홍콩은 1980년대 초 이후 약 40년 가까이 페그제(미 달러-홍콩 달러 고정환율제)를 활용하고 있다. 미 1달러=7.8홍콩달러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홍콩 금융당국이 정한 하루 변동폭인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 사이에서 오르내릴 뿐이었다. 덕분에 글로벌 금융회사나 기업들은 홍콩에 아시아 지역본부를 두면 환율변동에 따른 불안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홍콩시민들의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홍콩달러 가격이 금융당국이 정한 범위안이기는 하지만 7.85선까지 떨어졌다(환율 상승).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는 “홍콩에 대한 베이징의 장악력이 강해지면, 홍콩 페그제를 약화시키거나 폐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풀이했다. 그 우려는 홍콩 사태 이전부터 퍼진 루머와 상승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 금융시장을 키우기 위해 홍콩의 페그제를 흔들 수 있다는 루머였다.
현재까지는 홍콩 금융당국이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도 페그제를 잘 사수하고 있다. 그럴만하다. 홍콩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홍콩달러를 가진 사람이 일시에 환전을 요구해도 미 달러로 바꿔줄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홍콩달러 가치를 사수하다보니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다. 시위가 격화할 때 은행간 금리가 연 3% 가까이 이르기도 했다. 시위와 무역전쟁 탓에 소비가 위축되고 무역이 축소되고 있을 뿐아니라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 발생하는 금리 상승은 실물경제에 달갑지 않다. 실제 홍콩 성장률은 올 2분기에 -0.4%에 그쳤다. 3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이면, 금융시장 셈법으론 침체의 시작이다.
강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