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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통제 강화하면 중국기업 자금조달 비상구 막는 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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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호 13면

마크 윌리엄스

마크 윌리엄스

“중국 본토 사람들은 홍콩편이 아니다.” 영국 경제분석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마크 윌리엄스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중앙SUNDAY가 홍콩사태가 낳을 경제적 파장을 알아보기 위해 요청한 전화 인터뷰에서다. 그는 최근 ‘중국 관문으로서 홍콩의 역할 위기 맞아’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는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진압에 나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 경제 분석가 윌리엄스 진단 #홍콩 사태 탓 자유에 대한 믿음 깨져 #글로벌 금융회사 등 엑소더스 조짐 #상하이 아닌 싱가포르가 대안 떠올라 #트럼프는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활용

다른 전문가의 예측과 좀 다르다.
“그렇다. 다른 전문가들은 베이징(중국 정부)이 홍콩의 위상 때문에 무력 진압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 기업들이 홍콩을 통해 많은 해외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베이징이 쉽게 진압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범죄자 송환법이 공식철회됐다.
“이코노미스트로서 홍콩의 정치적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시위를 주도하는 쪽이 송환법 폐기만으론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시위 국면이 어떻게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최근 몇달 동안 이어진 시위 사태의 파장은 오래 이어질 전망이다. 홍콩 젊은이들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홍콩에 남아 있는 게 좋을지 아니면 떠날지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홍콩사태

홍콩사태

중 기업, 해외자금 70% 홍콩서 조달  

왜 중국 정부가 홍콩의 경제적 위상에도 진압할 것으로 보는가.
“요즘 중국에서는 정치가 경제보다 우선시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부정부패 추방운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홍콩이 중국 공산당이 정한 선을 이탈하면 베이징은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천안문 사태(1989년)가 일어난 지 딱 30년 됐다. 홍콩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베이징의 진압이 천안문 사태처럼 피를 부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 홍콩은 다른 중국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고립돼 있는 듯하다. 중국 본토 사람들은 홍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홍콩 사태를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부의 진압을 막지 않을까.
“현재까지 트럼프의 말과 행동을 보면 홍콩 사태에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는 듯하다. 몇몇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무역협상에서 시진핑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홍콩 사태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베이징이 진압에 나서면 워싱턴의 대(對)중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강경파들은 베이징을 강력히 제재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무력진압 때문에 무역협상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나.
“워싱턴의 대중 강경파의 주장에 트럼프가 얼마나 동조하느냐에 달렸다. 트럼프가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다면, 진압이 무역협상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영국 정부는 어떤가.
“중국과 영국이 홍콩을 반환하며 협정을 맺기는 했다. 하지만 현재 영국 정부가 베이징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는 거의 없다. 브렉시트 문제 등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다.”
홍콩은 중국 기업들의 비상구

홍콩은 중국 기업들의 비상구

중국 경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이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의 국내총생산(GDP)는 중국 전체의 3% 남짓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수출이나 자금 조달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고서에서 홍콩을 관문(gateway)이라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2010년에서 2018년 사이 중국 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조달한 해외 자금 가운데 70% 정도가 홍콩을 통해 이뤄졌다.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해외 자금 가운데 60%가 홍콩을 거쳤다(그래프 참조). 특히 중국 기업인에게 홍콩은 베이징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피난처이기도 하다.”
조세 피난처와 비슷하게 들린다.
“중국은 자본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수출입 대금만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중국 본토 기업들은 최근까지 홍콩을 통해 수출하는 듯이 서류를 꾸며, 저금리 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중국 기업인들은 그 돈을 어떻게 했나.
“연 2% 달러 자금을 빌려다 본토의 그림자 금융시장에 공급했다. 중국 금리가 해외보다 높아 중국 기업인들은 금리차 만큼 이익을 볼 수 있었다. 반대로 중국 기업인들이 베이징 감시를 피해 해외로 자금을 이동시킬 때도 홍콩을 많이 활용했다. 이것뿐이 아니다.”

미국의 대중 강경파 목소리 커질 듯

또 다른 활용법이 있나.
“지금은 아니지만, 몇 년 전까지 중국 지방정부가 외국 기업에 세제혜택 등을 줬다. 그때 중국 기업이 홍콩에 법인을 세워 외국 기업으로 변신했다(웃음). 지방정부의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였다.”
중국 정부의 진압 이후 홍콩은 어떤 모습일까.
“중국 기업에 아주 중요한 비상구 또는 피난처가 사라질 수 있다. 홍콩이 피난처로  구실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나라 두 체제’여서 가능했다. 베이징의 직접 통제나 감시가 강화되면, 홍콩은 더 이상 피난처일 수 없다. 자금 조달 또는 절세, 자본수출 등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홍콩에 있는 외국 기업들은 어떨까.
“홍콩에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와 일반 기업들이 엑소더스할 수 있다. 베이징이 진압 여부와 상관 없이 홍콩의 자유에 대한 글로벌 기업인의 믿음이 이번 사태로 많이 약해졌다. 탈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어디로 가고 있나.
“현재 싱가포르가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자유로움과 언어, 익숙한 법률 시스템 등이 싱가포르의 매력이다. 상하이는 중국 정부의 통제와 감시 때문에 외국 기업인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은 아니다.”
서울이 대안이 되길 내심 기대하는 한국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울이나 일본 도쿄가 최근 20년 동안 외국 금융회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다만, 몇몇 금융회사들이 서울이나 도쿄를 선택할 가능성은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마크 윌리엄스 영국 에딘버러와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대만에서 중국어를 공부했다. 영국 재무부에서 경제분석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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