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심서 당선무효형 선고····이재명은 한동안 자리 뜨지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법원종합청사 704호 법정. 재판 시작 전 변호인들과 악수를 하며 여유로운 미소 짓던 이재명(56) 경기지사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법원이 이 지사의 친형인 고(故) 이재선씨와 관련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을 설명할 때부터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기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빠져 나오고 있다.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 도지사는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았다.[뉴스1]

직권남용 권리행사,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기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빠져 나오고 있다.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 도지사는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았다.[뉴스1]

"원심판결 중 이재선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만원에 처한다."
이 지사를 일으켜 세운 판사가 선고하고 자리를 떴는데도 이 지사는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가 항소심에선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지사에게 적용된 네 가지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던 1심 재판부와 다른 판단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인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되는 만큼 이번 선고형이 최종 확정되면 이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이재명 경기지사 4개 혐의별 판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재명 경기지사 4개 혐의별 판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4개 혐의 중 친형 관련 허위사실 유포만 유죄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이날 이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친형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부분에 대한 원심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이 지사의 혐의는 네 가지다. 이 지사는 지난해 열린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관련 업적을 과장하고 2002년 시민운동을 하면서 검사를 사칭한 전력이 있는데도 선거방송에서 이를 부인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성남시장이던 2012년 4~8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기 위해 보건소장 등에게 강압적인 지시(직권남용)를 하고 이를 선거방송에서 부인(선거법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차에 타고 있다.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차에 타고 있다.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3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600만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친형과 관련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검사사칭',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과 관련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 3가지 혐의에 대해선 원심판결과 같이 '무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선거 방송에서 친형에 대한 강제 입원을 추진한 사실을 부인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당시 선거방송에서 이 지사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킨 것은 형의 아내와 딸이고 어머니와 형제, 자매들이 형의 정신건강진단을 의뢰하긴 했지만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2012년 4~8월 사이에 분당구 보건소장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강제 입원 등 절차 진행을 지시했고 절차 일부가 진행된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이 사실을 선거 방송에서 숨긴 것은 공정한 선거 문화를 그르치게 하고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 공표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당시 지시한 절차와 경위 등을 제한된 시간과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토론회에서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피고인이 얘기한 허위사실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 방송에서 방송돼 쉽고 방대하게 전파·확산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직선거에서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상당한 이유가 있는 의혹이나 문제 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이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된 질문에 소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발언한 것은 그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이 지사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 상고하겠디" 

40여분간 진행된 판결문 낭독이 끝나자 재판을 방청하던 이 지사의 지지자들은 "법원 해체하라" "조국 청문회를 묻으려고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이냐?"며 항의했다.
이 지사는 포토라인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 지사는 경기도를 통해 "친형 강제진단이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선거방송토론의 발언 일부를 두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법원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흔들림 없이 도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의 변호인들도 "상고하겠다"고 했다.
검찰도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수원=최모란·최은경 기자 moran@joog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