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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1돌 앞둔 남북연락사무소…소장회의 6개월째 불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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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는 오늘 개최되지 않습니다.”

9·19 평양선언 1주년도 ‘반쪽 행사’ 전망

통일부 당국자는 6일 “북측으로부터 이날 연락사무소 소장회의 개최가 어렵다는 통지를 며칠 전 받았다”며 “남측 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도 오늘 개성으로 출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소장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14일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1주년이 별다른 기념행사 없이 썰렁하게 치러지게 됐다. 1주년 당일인 14일이 추석 연휴여서 남북 간에 1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날은 정례 소장회의가 열리는 금요일, 이날(6일)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이 당국자는 “서 차관이 내주 추석 연휴 전에 우리 측 직원 격려차 연락사무소를 방문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차관이 내주 방문하더라도, 북측과 접촉 없는 ‘단독’ 방문이 될 전망이다. 북한과 함께 “남북 상시 소통 시대가 열렸다”며 성대하게 개소식을 치렀던 1년 전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연합뉴스]

지난해 9월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연합뉴스]

개성공단 내 세워진 남북연락사무소는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 이행에 따라 같은 해 9월 14일 개소했다. 남북 각기 15~20명이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며 당국 간 교섭·연락, 회담, 민간 교류 지원 등을 논의키로 했다. 또 매주 금요일 차관급 정례 소장회의를 열기로 해 실질적인 회담 또는 협의가 이뤄졌다. 초대 소장은 남측에서는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이, 북측에서는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맡았다. 천 전 차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주 금요일 연락사무소가 위치한 개성으로 출근했다.

하지만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3월부터 남북 소장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북측 소장인 전종수 부위원장은 6개월째 연락사무소에 나오지 않고 있다. “남측과 대화 않겠다”는 북한 당국의 결정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천 전 차관 후임으로 지난 5월 취임한 서 차관은 전 부위원장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통일부는 매일 오전·오후 남북 연락관 접촉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상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의 협의 제안과 문의에 북한이 실질적으로 응해오는 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신임 남측 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이 지난 6월 14일 소장 임명 후 처음으로 연락사무소를 방문해 의료실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신임 남측 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이 지난 6월 14일 소장 임명 후 처음으로 연락사무소를 방문해 의료실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내부 모습. [연합뉴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내부 모습. [연합뉴스]

남북 간 대화가 끊어지면서 연락사무소 뿐 아니라 9·19 평양 공동선언 1주년도 남한 ‘단독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9·19 평양 공동선언 1주년을 계기로 평양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남측) 행사로 기획하고 있고, 북한에 통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호응이 없을 것으로 보고, 행사 개최 사실조차 북측에 알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난 4·27 판문점선언 1주년 행사도 지금처럼 남북관계 경색국면이었지만, 당시엔 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남측 행사 개최 사실을 알렸다. 북측 참석을 촉구하는 차원에서였다. 그러나 북한에서 어떤 답변도 보내지 않아 ‘반쪽 행사’로 치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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