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태풍 땐 강풍·비 탓에 교통사고도 증가..."대형차 옆은 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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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태풍이 닥치면 낙하물 사고와 접촉 사고 등 교통사고가 많이 증가한다. [중앙포토]

강한 태풍이 닥치면 낙하물 사고와 접촉 사고 등 교통사고가 많이 증가한다. [중앙포토]

 대형 태풍이 닥치면 평소보다 교통사고가 10% 가까이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한 비바람으로 인해 낙하물 사고와 차량 충돌 사고가 증가하는 데다 도로 바닥이 젖어 제동거리까지 길어지기 때문이다.

[교통안전공단 분석] #2000년 '쁘라삐룬', 2010년 '곤파스' 비교 #그해 평균보다 10% 가량 교통사고 늘어 #강한 바람과 비, 젖은 노면 등이 영향 미쳐 #"속도 50% 줄이고, 대형차량 옆은 피해야" #

 한국교통안전공단은 5일 "북상 중인 제13호 태풍 '링링'과 유사한 2000년 '쁘라삐룬', 2010년 '곤파스' 당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 건수가 연평균과 비교해 62.7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은 쁘라삐룬이 한반도에 머문 2000년 8월 31일~9월 1일(2일간)과 곤파스가 휩쓴 2010년 9월 1일~2일(2일간) 등 모두 나흘이다.

 이에 따르면 쁘라삐룬 당시 이틀간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1687건으로 하루 평균 843건꼴이었다. 그해 교통사고는 하루 평균 793.7건으로, 쁘라삐룬이 위력을 떨쳤을 때 평소보다 교통사고가 50건 더 일어난 것이다.

 또 곤파스 때는 이틀간 1394건이 발생해 평균 697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평균(621.6건)보다 75.4건이 많은 수치다.

 공단의 최병호 교통안전연구처장은 "태풍 때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강한 비와 바람의 영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 때 강한 바람으로 인해 차량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도 발생한다. [연합뉴스]

태풍 때 강한 바람으로 인해 차량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도 발생한다. [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2007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강풍에 의한 교통사고 위험 정도'를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시속 120㎞로 달릴 때 초속 35m의 강풍이 불 경우 승용차는 1.2m, 버스 등 대형차량은 6.5m가량 주행 경로를 벗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자의 실수 여부와 상관없이 바람에 밀려 차량이 경로를 이탈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최 처장은 "강풍이 불 때는 낙하물 사고를 조심하는 것은 물론 가급적 대형차에 가까이 붙어서 달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풍 때는 많은 비로 인해 도로가 젖은 탓에 제동거리도 평소보다 약 1.7배가량 길어진다. 교통안전공단의 자체 실험결과 시속 50㎞로 달릴 때 승용차는 마른 노면에서는 제동거리가 9.9m인 반면 젖은 도로에서는 18.1m로 증가했다.

 버스 역시 마른 노면에선 17.3m이던 것이 젖은 노면에서는 28.9m로 1.7배 늘어났다.

 공단의 권병윤 이사장은 "태풍 때 폭우 상황에서는 시야 확보가 어렵고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등 평소보다 위험 요인이 증가한다"며 "폭우와 강풍 시에는 평소보다 50% 이상 속도를 줄이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태풍 때 폭우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안가나 절개지, 저지대 인근 주차를 피해야 한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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