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회는 굴욕" 비판…한국당, 나경원 희생양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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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흔들기'가 자유한국당 내에서 거세지고 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조국 청문회 6일 개최에 전격 합의하자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조국 후보 의혹 관련 발언하는 장제원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9;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 대국민 고발 언론 간담회&#39;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9.3   city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조국 후보 의혹 관련 발언하는 장제원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9;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 대국민 고발 언론 간담회&#39;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9.3 city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당장 페이스북에 “굴욕적이다. 백기투항"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맹탕에 맹탕을 더한 ‘허망한 청문회’를 통해 임명강행에 면죄부만 주는 제1야당이 어디 있냐“고 했다.

장 의원은 한국당 소속의 국회 법사위원이다. 조국 청문회 개최 시 '공격수'로 등판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 원내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은 이례적이다. 장 의원은 증인 채택 등을 두고 이날 오후에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항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미 물 건너간 청문회를 해서 그들의 ‘쇼’에 왜 판을 깔아주려고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단 한 명의 증인도 없는 청문회에 어떻게 합의를 할 수 있는지 도대체 원내지도부의 전략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부인, 딸, 동생, 전처, 관련 교수 등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여 위증하면 벌을 줄 수 있고, 출석하지 않으면 벌을 줄 수 있는 ‘국정조사’로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했다.

(창원=뉴스1) 여주연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3일 오후 경남 창원대학교 봉림관 1층 소강당에서 열린 &#39;홍준표와 청년 네이션 리빌딩을 발하다&#39;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9.3/뉴스1

(창원=뉴스1) 여주연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3일 오후 경남 창원대학교 봉림관 1층 소강당에서 열린 &#39;홍준표와 청년 네이션 리빌딩을 발하다&#39;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9.3/뉴스1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가세했다. 이날 오후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오늘 야당 원내대표의 행동을 보니 여당 2중대를 자처하는 괴이한 합의“라며 “마치 조국 임명의 정당성을 확보해 주려는 사꾸라 합의 같다”고 했다. 이어 “정치판에서 원내대표 임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는 야당을 망치지 말고 사퇴하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1시간 뒤 쓴소리를 또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들어오면서 아무런 제동장치도 없이 5당 원내대표 합의를 해주는 바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라는 기이한 선거법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전적으로 야당 원내대표의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이라며 “좀 더 공부하고 내공이 있어야 야당 원내대표를 할 수 있었는데 너무 일찍 등판했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전날 한국당이 조 후보자 반박 기자간담회를 열자 “무기력한 야당에 대해 기대를 접었다.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아 줄 곳은 검찰뿐”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26일 여야 원내대표가 '이틀 청문회'에 합의했을 당시에도 홍 전 대표는 “조국은 청문 대상도 안 되는 사람인데 한국당이 특검을 포기하고 청문회 개최에 합의해 주었다. 지난 주말 그 많은 돈 들여 장외집회는 왜 했냐?”며 “이번에도 이를 막지 못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들러리 노릇을 한다면 그땐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청문회 개최 과정에서 보이콧과 증인 채택 등을 두고 다소 오락가락한 모습을 연출해 당 안팎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이제라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자 여당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작 합의된 뒤 나 원내대표를 향한 쓴소리가 이어지자 당 일각에선 "청문회를 열고서도 별다른 한방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나경원을 희생양으로 만들기 위한 거 아니냐"란 분석도 나왔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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