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호의적 vs 동양대 의혹 캐자···여야의 조국 청문회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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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6일 하루 열기로 합의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서로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국회가 해야 할 고유 책무를 이행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6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회에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며 설정한 기간의 마지막 날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 만나 인사를 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 만나 인사를 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앞서 두 당은 청문회를 하기로 했던 2·3일 실랑이를 하며 보냈다. 민주당이 2일 조 후보자의 11시간 기자간담회를 주선해,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4일 오전까지만 해도 청문회 개최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이 많았던 이유다.

이날 여야의 전격 합의 이면에는 각 당 내부의 기류 변화가 있다.

당초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가 합의한 ‘9월 2·3일 개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버스는 이미 떠났다”(송기헌 민주당 간사)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강해졌다고 한다. 여기에는 “지난 2일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 이후의 여론이 여권에 호의적”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자기가 해명할 부분은 잘 소명했다. 하지만 지지 여론만 믿고 바로 임명으로 가면 부담이 있다. 청문회를 개최하면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임명의) 명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도 “청문회를 안 하고 임명되는 건 흠결이 있어 보이니, 청문회는 최대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서울화장품 회의실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서울화장품 회의실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남은) 3일 동안 청문회를 최대한으로 해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 (증인도) 우리가 설득해서 증언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청와대도 마지노선을 주말까지로 잡고 국회 청문회 개최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

당초 “증인 채택에 합의한 뒤 출석요구서 송달 기간인 5일이 지난 후에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한국당이 ‘6일 개최’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건 이날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이후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왜 청문회를 열지 않았나. 1차적 책임은 민주당에 있지만, 원내지도부의 전략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한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어차피 출석요구서 송달 기간인 5일 후라도 증인이 출석 안한다면 어찌할 방법은 없다. 조 후보자라도 불러서 공식 회의석상에서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날 조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와 관련해 추가 의혹이 폭로된 점 등도 변수였다. 조 후보자의 딸이 2014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당시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동양대 표창장은 발급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다.<9월 4일자 중앙일보 1면> 나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의혹과 증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면죄부가 아니라 임명 강행을 저지하는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돌입한 상황에서 추가 의혹이 나오는 만큼, ‘맹탕 청문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바른미래당은 반발했다. 앞서 이날 오전 “청문회 개최 논의를 오늘부로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청문회 합의 소식에 “문 대통령이 벌이는 ‘반헌법적 조국 지키기 쇼’에 더 이상 들러리를 서지 않겠단 당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다만 “같은 당 소속 법사위원인 채이배 의원이 청문회에 들어간다면 그 판단은 존중한다”고 했다.

하준호·성지원·이우림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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