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지소미아 파기, 김현종·노영민이 NSC서 밀어붙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정부의 대일본 정책이 갑자기 강경해진 배경엔 안보에 대한 의식이 희박한 통상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 영향을 끼쳤다.”

"정의용과 서훈,김유근은 파기에 신중" #"안보 의식 희박한 자립파 목소리 커져"

일본의 진보성향 언론인 마이니치 신문의 4일 서울발 보도다.

신문은 "8월15일 광복절 연설에서 일본에 대화를 요청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불과 1주일후인 22일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 논의 과정을 다룬 기사가 실린 마이니치신문 4일자 지면. 서승욱 기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 논의 과정을 다룬 기사가 실린 마이니치신문 4일자 지면. 서승욱 기자

 지소미아 종료가 결정된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의 논의과정을 거론하면서다.

마이니치는 '정부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회의를 주재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한국군 중장출신인 김유근 안보실 1차장 등 정보ㆍ외교안보 라인은 지소미아 파기에 신중했다"며 "반면 수출규제와 관련해 일본에 대한 대항조치를 지휘하는 김현종 안보실 2차장, 여당과의 파이프역할을 하는 노영민 비서실장은 ‘경제보복에 대한 대항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강경론이 관철된 것과 관련해 마이니치는 “안보를 인질로 삼는 전술은 전통적인 외교협상에서는 있을 수 없다. 이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김현종 2차장 등 통상교섭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한국 정부 소식통의 설명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진나달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진나달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청와대 사진기자단]

마이니치는 “광복절 전후로 한국 정부내엔 일본에 대한 2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했다. 광복절을 계기로 양국간 고위급 외교채널을 통해 관계개선을 추진해 10월 일왕(일본에선 천황)즉위식에 문 대통령이 방일하는 안이 첫째였다. 그리고 또다른 방안은 지소미아를 파기하고 실제로 협정이 종료되는 11월하순까지 미국을 중재역할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후자쪽에 힘이 쏠린 셈이다.

마이니치는 "자립파가 힘을 불리면서 미·일중시파를 누르고 지소미아 파기를 관철한 것"이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김 2차장을 비롯한 자립파들이 '지소미아를 파기해도 한국주도로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주한미군의 한국측 부담액을 높이면 한국의 자립노선을 환영할 것이라는 점을 읽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2차 경제 보복 조치인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2차 경제 보복 조치인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어 “이런 외교 노선은 국민여론의 지지를 배경으로 내년 4월 총선때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지소미아가 종료될 수도 있다는 한국 정부내 분위기는 실제 종료 결정 하루전인 21일부터 감지됐다고 마이니치는 설명했다.

 '한국 정부내 최고의 지일파'로 통하는 이낙연 총리는 NSC가 열리기 전날인 21일 총리관저에서 한국과 일본의 전직 외교관·전문가들이 참여한 ‘한ㆍ일,일ㆍ한 포럼’관계자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헤드테이블 동석자들이 이 총리에게 지소미아에 대한 전망을 묻자 “힘든 상황이 됐다”며 목소리를 낮췄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