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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안 보이는 한ㆍ일, 유엔총회 정상회담 불투명해지나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

 세계 정상들이 총집결하는 유엔총회 개막일(9월 17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일 간에는 정상급 만남이 성사되기 어려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두 나라는 지난달 각각 화이트국가(안보우호국) 배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등으로 ‘카운터펀치’를 주고 받은 상태다.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던 유엔총회를 놓고 청와대와 외교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입수해 보도한 유엔 공보국의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general debate) 잠정명단에는 문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6일 연설로 잡혀 있었지만, 외교가에선 말 그대로 '잠정명단'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지난해 유엔총회(9월 23~27일)는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 열렸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이 때는 강제징용 배상판결(10월 30일) 전이기도 했다. 물론 정상의 일정은 직전에야 공개되고 지난해에도 총회 나흘 전 일정을 발표했던 만큼, 이번에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에서 일찌감치 “당분간 한국과의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말이 흘러나온 것도 유엔 총회 계기 정상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앞서 7월 말 산케이 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강제징용과 관련한 근본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9월 유엔총회 등에서 한·일 정상회담은 열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전에도 청와대가 정상회의를 제안했지만, 일본 측이 사실상 거절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도 한국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베 내각의 ‘9월 개각’도 변수다. 10일 전후로 예상되는 개각에서는 외교ㆍ안보 라인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카운터파트격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안보국장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의 교체설이 불거지고 있다. 고노 외상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개인적인 신뢰관계가 두꺼운 편이지만, 지난해 말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로 일본 정부 내에서 발언권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로운 카운터파트가 등장하면 그 계기에 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겠지만, 적응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간극을 좁히기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오는 10월 태국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국(한ㆍ중ㆍ일) 정상회의나 10월 22일 새 일왕 즉위식 등 정상급이 참여하는 외교 재료가 쌓여 있지만, 변곡점이 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1일부터 5박 6일간 태국을 비롯해 미얀마ㆍ라오스 순방길에 이미 오른 상황이어서 10월 아세안+3에는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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