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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북한 여종업원 기획탈북 의혹 조사 보고서 써놓고도 발표 미뤄”

중앙일보

입력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북 해외종업원 기획탈북의혹 사건 국제진상조사단이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 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북 해외종업원 기획탈북의혹 사건 국제진상조사단이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 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북한 종업원기획 탈북 의혹을 조사 중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특별한 이유 없이 부당하게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국제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COLAP)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된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제진상조사단은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발표 지연 자체가 인권침해”

조사단원 니루퍼바그왓 변호사는 “(인권위의)조사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 자체가 종업원들의 인권 침해”라며 “발표 지연과정에서 어떤 정당한 이유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조사관은 “결과발표 지연에 관해 정부기관 등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건 비양심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사결과 발표가 계속 지연되는 건 국가정책의 영향 등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지난 26일 인권위 사무총장 등 관계자 3명과 면담을 진행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인권위는 면담에서 조사결과 발표 지연의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른 시일 안에 조사결과를 공개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기관, 인권위 조사 이유로 면담요청 거절”

인권위 조사결과 발표 지연을 핑계로 관련 기관도 조사단의 면담요청 등을 거절하고 있다. 조사단 소속 준 사사모토 변호사는 “통일부·국정원·경찰청 등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면담을 거부당했다”며 “21, 23일에 국정원·통일부로부터 ‘검찰과 국가인권위가 관련 사항을 조사중이라 면담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조사단은 “경찰청도 조사단과의 면담을 거부했고, 종업원들과의 면담주선 요청에도 ‘신변 보호라는 경찰의 업무와 관련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수사담당 검찰 측도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국제진상조사단 참관을 맡은 민변‘기획탈북’ TF팀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범죄 수사 맡은 검찰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TF 팀장 장경욱 변호사는 “당시 검찰이 ‘관련 기관의 조사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민변측은 “인권위 조사와 검찰 수사는 서로 무관하다”며 “강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1년 2개월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인권위 조사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추이를 살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 “이른 시일 내에 결과발표”

한편 기획 탈북 문제 조사를 맡은 인권위 침해조사국 측은 “조사가 아직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관련 절차가 진행중이고 조사가 완료되면 절차에 따라 통지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이 불거진 건 지난 2016년 20대 총선 5일 전인 4월 8일. 통일부가 북한 종업원 13명의 탈북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전까지 통일부는 신변 공개 등을 이유로 탈북 관련 사실을 밝히지 않았는데 당시 사진까지 공개했다. 북한은 ‘국정원이 조작해 저지른 납치행위’라고 강력하게 반발했고 식당 지배인 등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직원의 협박과 회유에 따라 집단입국을 했다”고 주장했다. ‘기획탈북’ 의혹이 불거진 지 3년이 지났지만, 이와 관련해 검찰수사나 인권위 조사결과가 공개된 게 없다.

한편 조사단은 29일 조사를 마치고 31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평양에서 당시 식당에서 탈북하지 않고, 북으로 돌아갔던 종업원 등을 만날 계획이다. 아직 몇 명을 만날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북한당국과의 면담도 요청한 상태지만 면담 성사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들은 방북 조사 활동 등을 토대로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9월 말까지 마무리한 뒤 유엔인권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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