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희연 교육감, 전교조와의 합의사항 일선학교에 시행키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30주년 기념식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왼쪽),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가운데),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이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30주년 기념식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왼쪽),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가운데),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이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 서울지부와 '정책협의회 합의문'을 채택하고, 이에 따른 시행계획을 일선 학교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 단체는 "법외노조인 전교조와 사실상 단체협약을 체결한 교육감의 권력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8일 서울시교육청·전교조 정책 합의문 서명식 #교사 휴식권 강화, 휴대전화번호 비공개 가능 #교육계 "법외노조와 합의문을 학교에 강요 안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8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본관 9층 회의실에서 전교조 서울지부와의 '정책협의회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엔 '교사가 조퇴·외출·지각 시 전자결재를 받고, 별도의 대면 또는 구두 허락 절차를 강요하지 않는다', '교사가 휴가를 신청할 때 사유를 기재하지 않고, 조퇴·외출 시에는 사유를 적되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학교장이 교사에게 토요일 근무를 강제하지 못하고, 교사의 의사에 따라 학생·학부모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합의문에 따라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해 일선 학교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는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와 맺은 정책 합의문을 이행하라고 강제하는 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중학교 교장은 "법외노조인 전교조는 법상 단체협약을 맺을 수 없는데 행정기관인 교육청이 이름만 '정책합의'로 바꾸는 꼼수를 부렸다. 사실상 단협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에 문의하면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맞고 협약은 효력이 없다'고 하는데,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교육감이 시행하라고 강제하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법 따로, 현실 따로'인 상황이 됐다. 법치국가에서 교육감이 법외노조를 감싸고 일선 학교에 혼란을 야기하는 건 교육감의 권력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정책 합의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교총 김동석 정책본부장은 "교사의 휴가에 대한 부분은 교육부 지침인 예규가 이미 마련돼 있다"면서 "교육부 예규에 배치되는 내용을 전교조와 합의해 학교장에게 시행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동석 본부장은 "교사의 휴식권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학교장의 조정 권한이 있어야 한다"며 "교사의 자율권과 휴식권만을 우선하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덧붙였다.

학부모 단체는 교사의 휴대전화 공개 여부를 교사가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에 반발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대표는 "어느 단체든 상시 연락이 가능한 비상연락망을 공개하는 건 상식적인 일"이라면서 "교사의 개인 시간 확보를 위해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는 교원 복지가 아닌 교사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 대표는 "학교는 학생·학부모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교사가 학생·학부모들을 몰상식한 집단인 것으로 전제하고 선을 긋기 위해 내린 결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철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계의 건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전교조는 법외노조 논란을 떠나, 그간 교육계에 기여와 공헌이 큰 단체라는 점에서 이들의 의견 역시 교육청이 수용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