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베와 난 항상 같은 입장"…'미일 vs 한국'부각하는 일본

중앙일보

입력

“그가 총리이고, 내가 대통령인 한 우리는 항상 같은 입장이다(We are on the same page).”

트럼프 "아베가 총리,내가 대통령인 한 입장 같다" #日 요미우리 신문 '미일 밀월'의 상징으로 부각 #미 국무부 독도 훈련 비판도 후지TV가 먼저 보도 #소식통 "물밑서 美설득해온 日노력 결실일 수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5월 26일 골프 라운딩 도중 셀카를 찍었다.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5월 26일 골프 라운딩 도중 셀카를 찍었다.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28일자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소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프랑스에서 열린 미ㆍ일 정상회담 모두에 기자들앞에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트럼프-아베의 밀월관계를 상징하는 대목으로 소개했다.
실제로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회의 모두 발언록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담겨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면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립서비스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일본 언론은 이 대목을 콕 집어 부각했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고 있는 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둘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25일 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오른쪽)가 양국 무역 실무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미·일 양국 정상은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대에 대해 ’유엔 결의 위반으로 극히 유감이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고 있는 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둘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25일 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오른쪽)가 양국 무역 실무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미·일 양국 정상은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대에 대해 ’유엔 결의 위반으로 극히 유감이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요미우리는 “미국 정부에서는 ‘각 부처가 (원하는)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정책을 조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아베 총리를 ‘인터에이전시’(중개기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오사카 G20(주요 20개국)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중ㆍ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아베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사귀는 요령'을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아베 밀월'을 강조하는 일본 언론의 의도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이후의 현 국면을 ‘미국+일본 vs 한국’의 구도로 몰아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베 정권과의 거리가 가깝다고 평가 받는 언론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듯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또 미 국무부가 한국의 독도 방위 훈련에 대해 “비생산적”이라고 비판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한 곳도 산케이 신문 계열의 후지TV였다.

이후 사실상 일본내의 모든 언론들이 “이례적”이라며 국무부의 견해를 앞다퉈 소개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국의 태도에 대해 도쿄의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선 “그동안 일본 정부가 수면하에서 미국을 향해 일본의 입장을 집요하게 설명해 온 것이 실제로 효과를 보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왼쪽)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 두번째) 부부와 함께 일본 자위대 호위함에 올랐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왼쪽)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 두번째) 부부와 함께 일본 자위대 호위함에 올랐다. [EPA=연합뉴스]

 이와관련, 마이니치 신문은 최근 “미국은 한·일 청구권협정상의 ‘예외’를 인정할 경우 1951년 전후처리를 위해 체결된 미ㆍ일 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상의 ‘전쟁 청구권 포기’ 원칙이 흔들릴까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말부터 ‘일본의 주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초 방콕에서 열린 미ㆍ일 외교 장관회담에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상에게 ‘일본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언급을 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한편 아베 총리가 지난 25일 미ㆍ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미국산 옥수수 250만t을 사들이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일본 민간 기업들에서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병충해 피해 때문에 옥수수 공급 차질이 빚어질까봐 사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기업 관계자들은 “(필요도 없는 옥수수를 사면)비축재고로 쌓아둘 수 밖에 없고, 보관비용도 들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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