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돈으로 법인 이사들 점심까지...웅동학원 비리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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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송봉근 기자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송봉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가 운영하는 학교법인 웅동학원이 법인 예산이 아니라 웅동중학교 예산으로 이사회 식사비 등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학교법 제29조에는 학교 법인의 회계는 학교 회계와 법인 회계로 구분해 예산을 목적 외에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웅동중학교 예산으로 법인 이사회 비용 처리 #공사때 전문건설업자 아닌 미등록업자 계약 #교원징계위 구성은 사립학교법 절차 안지켜 #조 후보자 측, "이사 등재 아닐 때. 답변할 내용아니다" #

26일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처남인 정모 웅동중학교 전 행정실장과 교장 등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법인 회계로 집행해야 할 이사회 개최 시 점심 식사비 등을 학교 회계에서 집행하는 등 모두 14건에 거쳐 93만9330원을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교육청이 지난 2018년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감사에서다. 당시 감사에서 조 후보자의 모친인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과 조 후보자의 처남인 정모 전 행정실장, 교장 등이 경고나 주의를 받았다.

내용별로 보면 법인 이사회 개최 시 식대가 68만2000원(6건)으로 가장 금액이 많다. 그다음으로 법인 이사회 개최 통지서나 법인이사 우편물 발송비가 13만9000원(7건)이었다. 2016년 8월 30일에는 한국 사립 초중고등학교 법인협의회 사학행정관리자 연수 참석 교통비로 11만8000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회계처리가 잘못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조 후보자의 처남인 정 전 행정실장과 교장 등은 2016년 3월부터 2018년까지 신용카드도 잘못 사용했다.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행정안전부)과 ‘경남교육비특별회계세출예산집행지침(경남교육청)’을 보면 기관에서 필요한 물품 및 재화의 생산 등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내에서 품의를 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 신용카드 결제일이 돌아오면 대금청구서 등에 의해 해당 신용카드 결제 계좌에 대금을 입금하게 돼 있다. 그러나 조 후보자 처남 정씨 등은 품의에 대한 결재도 받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 품의하는 등 모두 208건에 걸쳐 1900여만원의 신용카드를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송봉근 기자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송봉근 기자

2015년 7월과 12월에는 웅동중학교 상수도 배관 연결 공사와 급식소 확장 공사 등을 했다. 상수도 공사는 상하수도설비공사업으로 등록된 전문건설업자와 공사 계약을 하지 않고 미등록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고, 급식소 공사는 시설물유지관리업에 등록된 업체와 계약 및 시공하지 않고 실내건축공사업 업종을 가지고 있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적발됐다.

박 이사장은 2018년도에 교원징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사립학교법 제62조에 맞지 않게 외부 위원인 변호사를 위촉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부 결제로 선임했다는 이유로 주의 조치를 받았다. 위원장 또한 위원 중에서 호선으로 정해야 하지만 위원회 구성 시 지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남교육청이 2012년 6월 11일에서 7월 20일 사이에 웅동학원과 웅동중학교를 상대로 진행한 감사에서도 여러 가지 지적사항이 나왔다. 박 이사장은 당시 감사에서 2010년과 2011년도 법인세 환급금 40여만 원 상당을 업무처리 소홀로 환급 신청하지 않아 주의처분을 받았다.

또 내부 직원이 학교 구내매점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4700만 원과 수익용 기본재산 임대료 9450만 원을 횡령한 사건이 적발됐다. 이 일로 박정숙 이사장은 사립학교법 규정 위반으로 정 전 행정실장과 함께 주의 조치를 받았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경남교육청이 감사 대상으로 한 시기에) 조 후보자는 이사로 등재가 돼 있지 않아 저희가 답변 드릴 내용이 아니다”며 “웅동학원(웅동중) 측에 문의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웅동학원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웅동학원 회계는 조국 후보자의 처남인 웅동중 행정실장이 다 맡아 처리했다”며 “우리로선 왜 그런 식으로 회계처리가 됐는지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이병준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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