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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평화의 길 여는 ‘뚜르 드 디엠지 201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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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녹슨 철조망과 긴장감을 유지한 채 전방을 주시하는 젊은 군인들의 결기 어린 눈빛. 비무장지대(DMZ)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렇게 지난 70년간 DMZ는 우리에게 분단과 대립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찾아오면서 DMZ를 바라보는 국민과 전 세계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남과 북의 정상이 비무장지대 안 도보다리에서 대화하는 장면과, 얼마 전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역사적인 순간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DMZ가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맞이하는 평화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열린 ‘뚜르 드 디엠지’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자전거로 경주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뚜르 드 디엠지’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자전거로 경주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지속되고 정착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스웨덴에서 강조한 ‘작지만 구체적인 평화, 평범한 평화’를 차근차근 실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오는 30일부터 5일간 비무장지대와 인접한 10개 시·군에서 개최되는 ‘뚜르 드 디엠지(Tour de DMZ) 2019 국제청소년 자전거 대회’가 바로 그런 실천의 하나다.

이 대회는 올해 4회째를 맞이하기까지 규모나 내용 면에서 크게 발전해 왔다. 해외에서 참가하는 선수단의 인원이 늘어나고, 대회 코스에 강화도가 포함되면서 동해안 고성에서 출발해 서해 강화도까지 접경지역을 따라 510㎞를 횡단하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또한 올해부터 2022년까지 비무장지대 동쪽의 강원도 고성에서 서쪽의 강화까지 약 456㎞ 거리에 ‘DMZ 평화의 길’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4월 고성을 시작으로 6월에는 철원, 8월에는 파주 지역에 ‘평화의 길’ 구간을 시범 개방했다. 그동안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들었던 비무장지대를 직접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이곳은 앞으로 평화의 체험장이 될 것이다.

숲에 있는 오솔길을 따라 조용히 걷거나 멋진 풍경을 배경 삼아 자전거를 타는 것, 우리가 평소에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비무장지대에서는 지난 반세기 넘도록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이제는 이런 평범한 일상을 비무장지대에서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직접 경험해야 변화를 실감할 수 있고 신뢰로 나아갈 수 있다. ‘뚜르 드 디엠지 2019 국제청소년 자전거 대회’와 ‘DMZ 평화의 길’이 그런 과정이다. 세계 각국 선수가 자전거를 타고 DMZ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에 화해와 협력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평화의 길이 완성되면 DMZ 접경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태 자원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가운데 이런 작은 실천이 모여 평화의 새 시대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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