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놔두세요!"
미소를 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현지시각) 매주 수요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일반알현 행사 때 알 수 없는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 소녀가 연단에서 뛰고 놀 수 있도록 허락했다.
'사랑(Love)'이라고 적힌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이 소녀는 청중석에 있던 어머니로부터 슬그머니 빠져나와 교황이 설교를 하고 있는 대리석 연단으로 올라왔다.
연단 한쪽에 있는 커다란 화면에서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고서는 깡충깡충 뛰고, 얼굴을 당기고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교황은 그의 주위를 돌아다니는 소녀를 의식한 듯 잠시 더듬거리며 설교를 하다 근위병에게 '그녀를 가만 놔두라'고 손짓을 했다.
"그냥 놔두세요. 하나님은 아이들을 위해 말씀하십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그가 말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와서 손을 잡고 그들의 자리로 돌아가기 전까지 약 5분 동안 연단에 있었다. '행동의 중요성과 위선을 피하는 것'을 주제로 한 교황의 설교는 15분 동안 이어졌다. 설교가 끝나기 전 그 소녀는 두 번째로 부모에게서 빠져나왔다. 그녀가 대리석 연단에 다시 나타나자 청중들은 손뼉을 쳤고, 그녀는 그들을 바라봤다. 소녀는 한 남자가 다가와 팔을 잡고 데려가기 전까지 다시 10분 동안 연단과 통로를 뛰어다녔다. 그 뒤 소녀는 방청석 뒷줄에 휠체어를 탄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앉았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연단에 올라와 한 시간가량 계속된 행사가 끝날 때까지 머물렀다.
설교 말미에 교황은 "이 가엾은 소녀는 질병의 희생양이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라며 " 마음속으로 대답해야 합니다. 내가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를 위해 기도했는가? 주께서 그녀를 치료하고 보호해 주시기를 내가 기도했던가? 내가 그녀의 부모와 가족을 위해 기도했는가?"라고 청중들에게 물었다.
이와 유사한 일은 지난해 11월에도 일어났다. 언어장애를 가진 어린 소년이 그의 어머니로부터 벗어나 교황이 연설하는 동안 연단에 올라왔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년의 어머니로부터 아들이 언어장애를 안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사과를 받은 뒤 청중들에게 "이 소년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의사소통하는 법,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나에게 생각하도록 하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규율은 없지만, 그는 자유롭습니다"라고 말했다.
소년은 근위병의 장갑 낀 손을 잡아당기기도 하며 교황의 성좌 뒤에서 놀았다. 그의 어머니가 아들을 데려가기 위해 무대에 오르려 할 때 교황은 "아이를 내버려 두세요"라고 말했다. 청중들이 박수를 치자 그는 "이 아이가 말할 수 있도록 신의 은총을 기원합시다"라고 축복했다.
변선구 기자